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뿐만 아니라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도 차후 지수 구성 종목의 변경에 대비하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한화손해보험은 보험사들 중 가장 빠르게 주주환원정책을 내놓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중이다. 한화손해보험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과거 한화손해보험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자사주를 매입한 사례가 있기는 했으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소각은 전례가 없었다.
한화손보는 앞서 내놓은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올해부터는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미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이익소각을 진행할 여유가 넉넉하지는 않은 만큼 매입 자사주의 소각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업 계기로 주주환원정책 수립, 자사주 활용계획 공개
한화손보는 2021년 4월 보통주 11만8489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당시 취득가격은 총 5억1289만원으로 주가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애초 자사주 매입이 주가 안정화나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 아니라 성과 임원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가 당시 매입한 자사주를 아직 보유하고는 있으나 이는 2023년 3월 물러난 강성수 전 한화손보 대표이사에 2031년 초 지급하기로 이미 정해져 있다. 이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한화손보는 어떠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실시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자사주를 주주환원에 활용한 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올 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을 발표한 이후 한화손보도 자사주 활용 주주환원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앞서 4월18일 발표한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당기순이익과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한 매입분 등을 고려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 여부 및 규모는 지급여력비율 등 경영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정책을 발표하는 동시에 한화손보는 4~7월에 걸쳐 자사주 100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취득 목적은 RSU 부여뿐만 아니라 주가 안정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 자사주 매입은 6월10일 100만주를 모두 취득하면서 종료됐다. 매입 자사주 중 32만5986주는 RSU 부여에 활용될 예정이다.
애초 한화손보의 예상 매입가격은 42억원이었으나 계획 공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실제 취득가격은 49억원까지 높아졌다. 자사주 취득계획 공시 이전 4900억원대에 형성돼 있었던 한화손보 시가총액은 취득이 종료된 6월 중순경 5500억원까지 높아졌으며 한때 6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가 상승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효과가 충분히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익잉여금 증가분 웃도는 적립금…자사주 소각 쉽지 않은 이유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은 매입한 자사주의 소각까지 진행할 때 더욱 확실한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단순히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만 자사주의 소각은 1주의 가치를 높여 그만큼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다만 한화손보의 경우 매입 자사주가 빠른 시일 내에 소각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보험업계나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한화손보가 자사주 소각 시기를 특정하지 않기도 했거니와 당장 이익소각을 실시할 만큼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화손보는 올 상반기 감독회계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한 순이익 2547억원을 거뒀다. 이에 이익잉여금이 전년 말 대비 2101억원 늘어났는데 여기에는 2210억원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이 포함돼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일괄적 해지시 고객에 돌려줘야 하는 금액을 적립한 것으로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배당가능이익으로 활용할 수는 없다.
이익잉여금 증가분보다 많은 금액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됐다는 것은 올해 한화손보가 주주환원에 활용할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익소각이 가능한 수분의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추가적인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한화손보는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올해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의 200원보다 10% 내외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시기와 규모를 특정하지 않은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 쪽에 주주환원의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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