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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

한화손보, '시가평가'에 되찾은 실질 기업가치

회계 제도 변경만으로 자본잠식 우려 해소…자본총계는 3조 증가

이재용 기자  2024-04-02 17:10:43

편집자주

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한화손해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실질 기업가치를 되찾은 대표적인 손해보험사다. 기존 회계 기준 한계에 의한 착시효과로 한때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지만 회계 제도 변경으로 전환기를 맞이했다. IFRS17 하에선 자본잠식 우려가 즉시 해소됐을 뿐 아니라 자기자본이 3조원대로 올라서는 수혜를 누렸다.

변화의 핵심 요인은 자산과 부채의 '시가평가'다. 기존 회계제도에서는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고 금융자산은 시가평가(공정가치)했다. 현행가치가 자산에만 반영되는 자산과 부채 평가의 불균형이 발생했다. 반면 IFRS17은 부채도 시가평가 해 현행가치를 매긴다. 자본의 실질적 가치를 보다 온전히 반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IFRS17 도입 전,매도가능 평가손실에 자본잠식 처지

한화손보는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지녔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3조405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말 신 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금융당국 권고 수준의 두 배가량인 282.4%(경과조치 적용)를 기록했다. 가용자본(6조532억원)은 요구자본(2조1433억원)의 세 배가량을 보유 중이다.


불과 1년 전과는 180도 상황이 변한 모습이다. 한화손보는 IFRS17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자본잠식에 시달리는 등 자본적정성 우려에 시달리던 곳이다. 한화손보의 지난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은 2780억원에 불과했다. 지급여력비율은 135.9% 수준으로 권고 수준을 밑돌았다.

같은 해 3분기 말에는 자기자본이 1152억원까지 떨어졌다. 한화손보의 자본금은 7737억원으로 지배지분 자본총계가 513억원(비지배지분 포함시 자본총계는 1662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표면적으로 93.3%가 잠식된 상태였다. 원인은 금리상승에 따른 매도가능 평가손실의 확대다.

한화손보는 2022년 상반기에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1조4331억원 규모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손실을 자본으로 인식했다. 이는 현행 기준이던 IFRS4 '보험계약'(K-IFRS 제1104호)에 따라 그대로 자본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다만 자본력 저하는 실제가 아닌 회계상 문제였다. 채권 재분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본 잠식으로 보이는 회계상 착시 효과가 발생했다. 부채를 시가평가 하지 않던 회계제도 아래에서는 금리 변동이 부채가 아닌 자산에만 반영되면서 부채-자산 평가의 왜곡이 초래된 것이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우려 불식…자산-부채 시가평가에 자본 3조원대 안착

그럼에도 우려는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자본잠식에 대한 우려는 주가 저평가의 원인으로까지 작용했다. 이런 우려가 일시에 해소된 것은 IFRS17이 도입되면서다. IFRS17 도입 전부터 한화손보는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재무영향평가를 공개했다. 회계 기준 변화만으로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처였다.

한화손보가 IFRS17을 적용해 별도재무제표를 재작성한 결과 2780억원 수준이던 자본은 3조원으로 10배가량 불어났다. 자산은 20조168억원에서 17조889억원으로 부채는 19조7388억원에서 14조887억원으로 각각 2조9280억원, 5조6500억원씩 감소했다.

IFRS17 적용으로 부채도 시가평가를 하면 금리 상승이 부채가치 하락에도 영향을 미쳐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감소 영향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통상 보험사는 자산 부채의 성격상 금리 즉 할인율 변동이 자산보다 부채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자본이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실제로 IFRS17이 적용된 2023년 1분기 한화손보의 자본총계는 3조284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와 단순 비교하면 2조9225억원이 증가했다. 주요 변동요인은 9808억원에서 2조1566억원으로 1조1758억원 늘어난 이익잉여금이다. IFRS17을 적용하면서 평가 차이로 인한 보험부채가 감소한 영향이다.

이러한 자본건전성 개선은 결과적으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됐다. 자본 버퍼가 생기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 이후 한화손보는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보장성 신계약을 크게 늘렸다. 보장성 신계약이 늘며 미래 수익성 지표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30%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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