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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전문 바이오 기업이다. 2021년 화려하게 코스피 시장에 상장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백신 개발로 팬데믹 특수를 누리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엔데믹을 맞이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감했고 지난해에 상장 후 첫 영업적자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익성 강화가 절실한 만큼 의사결정에 공들이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사회를 평가한 결과 '참여도'와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사회 활동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이사회 개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덕이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평균 3.0점 이상을 기록해 이사회 평가지표가 육각형에 가까워졌지만 '경영성과'에서 2.1점을 받아 완벽한 육각형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영업적자로 돌아서며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모두 고꾸라진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6개 지표 중 5개 지표 평점 '3.0' 이상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뒀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총 6개 공통지표를 토대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255점 만점에 172점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이사회는 '참여도'와 '평가개선 프로세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있다. 다음으로는 '구성' 항목이 높은 점수를 차지해 세 가지 지표가 상위권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참여도'와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세부 문항 대부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도'에서는 총점 40점 중 35점을 기록했다. 8개 항목 중에서 5개 항목에서 만점인 5점을 기록하며 평균 4.4점을 받았다. 특히 공시대상기간(2023년 1~12월) 이사회를 총 14회 개최했다. 전체 이사회 평균 참석률은 98.7%에 달했다. 감사위원회를 위한 지원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위한 별도 교육도 2023년 7회 이상 진행했다.
다만 이사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만점을 놓쳤다. 2023년 기준 교육이 2회 이뤄지면서 2점을 받는데 그쳤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도 총점 35점에서 31점으로 평균 4.4를 기록했다. 7개의 문항 중 2개 문항을 제외하면 모두 5점을 받았다. 특히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종합등급 A를 받았다. 이사회 평가결과를 주주들이 파악하기 쉽도록 사업보고서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한 뒤 이를 재선임에 반영하는 점도 돋보인다.
◇백신 매출 급감해 '매출성장률·영업이익성장률' 마이너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완벽한 육각형을 만드는데 발목을 잡은 항목은 '경영성과'다. 55점 만점에 23점을 받으면서 평균 2.1점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올렸던 백신 매출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위축됐다. 2022년 115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3년 119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경영성과' 지표로는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을 선정했는데 지난해 기준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은 각각 -19.1%, -110%를 기록했다. 주가 역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각각 1점에 그쳤다.
반면 재무건전성 항목에선 높게 채점됐다. 넉넉한 현금곳간을 바탕으로 2023년 부채비율이 8.72%에 그쳤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항목에서 5점을 받으며 선방했다. 순차입금/EBITDA 항목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5점을 받았다.
이외에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지표에서 각각 평균 3.3점과 3.0점을 기록해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견제기능' 9개 항목 중에서 2개 항목에서 1점을 받았다.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적절하게 마련하지 않았고 TSR 또는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접근성' 지표에서는 주주환원 항목에서 미흡했다. 3개년 주주환원정책 등 중장기 계획을 미리 공시하지 않은 영향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역시 구체적으로 후보를 추천하거나 기관명을 공개하지 않아 1점에 그쳤다. 향후 사외이사후보 추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숙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