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의 불황으로 재무 위험이 커진 여천NCC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 말 합작 계약 종료를 앞두고 통매각과 두 모회사(DL케미칼·한화솔루션)로의 분리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만약 여천NCC를 주주들이 떠안는다면 각 기업에 추가적인 재무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대규모 적자 예상…전망도 부정적 여천NCC는 DL그룹의 DL케미칼과 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합작회사다. 1999년 12월 28일에 설립됐다. 여천NCC는 석유화학의 대표적인 업스트림 제품들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을 각각 연간 228만5000톤, 128만9000톤을 생산한다. 이외 부타디엔·MTBE·벤젠·톨루엔·자이렌·SM 등 올레핀과 방향족 제품들을 생산한다.
여천NCC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불황이 찾아왔던 2022년부터 실적 고민이 깊어졌다. 2022년과 작년 여천NCC의 영업손실은 각각 3867억원, 2388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606억원을 기록 중이다.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불황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말 여천NCC의 자본총계는 1조2511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7965억원으로 36% 감소했다. 이에 부채비율도 2021년 말 181%에서 올해 상반기 말 346%로 급등했다.
수급 상황이 좋지 못한 기초화학제품 외 별다른 수익 구조가 없는 여천NCC는 현금흐름도 빠르게 경색됐다. 작년의 경우 매출채권 감소 등 운전자본관리를 통해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마련했으나 올해의 경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여천NCC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78억원이다. 자본적지출(CAPEX) 등을 크게 줄였음에도 잉여현금흐름은 -553억원을 기록 중이다.
조달도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3월 여천NCC는 2년물 1500억원 모집에 2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등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내달 중순 다시 한번 회사채 발행에 나설 전망이지만 올해 6월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A) 아웃룩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향후 실적 개선의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여천NCC의 주요 생산 품목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에 대해 업황 전망으로 각각 '부진', '매우 부진'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부진'의 경우 손익분기점 혹은 소폭 적자를 낸다는 의미다. '매우 부진'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이미 빚 많은 DL케미칼·한화솔루션 여천NCC는 올해 말 합작 계약이 종료돼 향후 행보가 불투명하다. 업계는 두 모회사가 여천NCC의 1~4공장을 각각 2곳씩 가져가는 방안과 기업 통매각 등 여러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만약 여천NCC의 사업을 반으로 잘라 모회사들이 떠안게 될 경우 당분간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현재 여천NCC를 '공동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만약 종속기업으로 재편입될 경우 여천NCC의 재무 부담이 각 기업의 연결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문제는 모회사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도 현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DL케미칼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뤄내는 등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크레이튼(Kraton) 인수 과정에서 증폭된 재무 부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DL케미칼의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05%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총계 7조9633억원 중 순차입금이 4조1324억원으로 차입금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셀 시장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상반기 연결 기준 465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화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3222억원이라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이외 순차입금도 10조277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말 5조8745억원 대비 74% 증가하는 등 자체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중장기화하면서 여천NCC를 포함한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