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을 냈던 여천NCC가 곧바로 사모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의 구매 대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에도 자산유동화증권을 찍어 637억원을 조달했다. 실적 악화로 조달도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회사 측은 올해 실적 반등을 점치고 있다.
◇공모채 '미매각' 여천NCC, 사모채 300억원 발행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여천NCC는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3년 만기로 표면 금리는 5.55%다. 유안타증권이 발행 주관사 업무를 맡았으며 여천NCC 측은 운영자금 용도라고 밝혔다.
조달자금은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의 구매 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으로 분해돼 석유화학 기업에 공급된다. 여천NCC의 에틸렌 및 프로필렌 생산능력은 약 520만톤으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과 함께 국내 상위권 석유화학사로 떠오르게 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사모채 발행 사흘 전인 지난 11일 여천NCC는 총 15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공모채를 발행한 바 있다. 2021년 3월에 발행한 17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만기 도래 금액을 차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초 예정된 모집금액은 15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25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오면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다만 여천NCC 측은 감액 발행 없이 본래 예고한 금액의 조달을 그대로 강행했다. 여천NCC는 직전 발행 당시 수요예측에서 전액 미매각을 경험했다. 이후 산업은행을 인수단에 포함시키는 등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총 모집금액 1500억원 중 산업은행이 9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600억원을 주관사 3사가 나누어 인수하는 것으로 계획을 구성했다"면서 "애초에 1500억원의 자금 조달을 확실하게 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짠 상황이라 미매각이 됐다고 해서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업황 부진'에 조달 카드 '총동원'…"실적 반등할 것"
'A급' 이슈어였던 여천NCC가 공모채 발행 당시 산은까지 동원하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고 했던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들어 여천NCC는 주력 산업이 하향 사이클에 진입함에 따라 사전적 대응을 위해 전방위적인 조달에 나서고 있다.
여천NCC가 속한 석유화학업은 최근까지 부진이 지속되며 관련 업종 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의 격화와 함께 수요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용평가사들도 영업실적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천NCC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액 4조477억, 영업적자 167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 매출은 약 40% 감소했으며 영업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수요 부진과 과중한 프로필렌 증설부담을 고려했을 때 여천NCC의 실적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올 초부터 원재료 구매를 위해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 1월 30일에는 3개월 만기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총 637억원의 확보에 나섰다. 현대카드가 보유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1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537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를 찍은 것이다.
다만 회사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는 남아있다. 한신평과 한기평도 회복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입장이었지만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측도 내부적으로 올해 실적 반등을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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