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엑시트 플랜 점검
'캐쉬카우' SK해운·한온시스템, 투자금 회수 언제쯤
⑤'유조선 호황' SK해운 매각 추진…'신용도 하락' 한온시스템, 높은 몸값 변수
남준우 기자 2024-03-25 14:19:41
편집자주
한앤컴퍼니는 설립 약 14년 만에 운용자산(AUM) 10조원을 훌쩍 넘긴 국내 대표 하우스다. 현재 10개가 넘는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는 엑시트를 노리고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엑시트 방식도 다채로울 것으로 보인다. 더벨에서 한앤컴퍼니가 올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엑시트 시나리오들을 살펴본다.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전통적으로 시멘트·자동차 부품·해운 등의 제조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하우스다. '굴뚝 산업'에 투자해 볼트온(Bolt-On) 등의 작업을 거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한 후 엑시트에 나서는 수순이다.
SK해운과 한온시스템은 한앤코의 대표적인 굴뚝 산업 포트폴리오다. 다만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유조선 호황 사이클에 접어든 SK해운은 엑시트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한온시스템은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 속에서 매각 작업이 공회전 중이다.
◇SK해운, 작년부터 엑시트 준비 중
SK해운은 한앤코 바구니에 담긴 대표적인 굴뚝 산업 포트폴리오다. 산업화 주축인 제조업, 해운업 등이 체력을 키우고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한상원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앤코가 장기간 보유하면서 볼트온 작업을 거친 끝에 최근 성장을 거듭해왔다. 한앤코는 2018년 1조5000억원에 SK해운을 인수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드라이 벌크선사인 에이치라인해운에 이어 유조선사인 SK해운도 합류시켰다.
두 포트폴리오로 한앤컴퍼니는 1223만GT(Gross Tonnage, 총 톤수)의 운항선대를 보유한 대주주로 우뚝 섰다. 장금상선 계열(573만GT), 대한해운 계열(468만GT)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인수 이후 약 4년 만에 SK해운의 영업이익도 5배 이상 뛰는 등 실적도 순항 중이다.
이에 한앤코는 작년 상반기부터 SK해운 엑시트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조선(Tanker) 사업부의 분할 매각을 고려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부에 대한 지분 가치만 20억달러(한화 약 2조6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조선 업황이 호황인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조선 시황은 국제 유가의 영향력이 크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원거리 석유 구매가 증가해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업계에서는 SK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SK해운의 작년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은 5조5628억원으로 2019년말(3조7674억원) 대비 45.94% 급증했다. 부채비율 역시 작년 상반기 기준 485%에 달한다.
◇한온시스템, 매각 한차례 무산 후 진전 없어
비교적 가능성이 보이는 SK해운에 비해 한온시스템은 아직 먹구름이 낀 상태다. 2021년 한 차례 경영권 매각을 타진했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모간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며 매각 절차를 재개한 상황이다. 최근 당시 숏리스트에 포함됐던 칼라일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큰 진전은 없다. 너무 비싼 몸값에 매각 작업이 '공회전'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처음 매물로 나왔던 시기 약 7조~8조원의 몸값이 예측됐다. 다만 최근 시장가치가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 물류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0년 3158억원에서 2021년 3258억원으로 늘었다가 2022년 2566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은 2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으나 시장 컨센서스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본시장에서의 평가도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은 작년 말부터 한온시스템 신용등급(AA-)에 '부정적' 아웃룩을 달기 시작했다. 2022년 중순 AA0 등급에서 한 노치(notch) 하락한 지 약 1년만에 A급으로 한번 더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SK해운과 한온시스템은 모두 굴뚝 산업이라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가운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캐쉬카우들"이라며 "엑시트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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