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계열 아스콘 제조사인 남부산업은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서 다른 계열사로부터의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남부산업에 대한 대여금을 책임지는 곳이 유진기업 완전자회사로 골프장을 운영하는 유진레저다.
유진레저는 남부산업에 제공한 대여금의 사실상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이는 유진레저 자산총계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자본잠식 상태 지속…유진그룹 계열사로부터의 차입금에 의존 남부산업은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98억원이다. 실질적으로 유진기업의 경기 화성시 소재 아스콘 사업장(수원공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매출액이 10억원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에 그쳤기 때문이다.
사업장으로서의 기능은 약화됐지만 남부산업은 유진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남부산업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지분율 40.8%)과 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유진기업 경영혁신부문 사장(21.14%)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부산업은 유진기업 지분 4.6%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 때문에 유진그룹은 자본잠식 상태인 남부산업을 존속시키기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대여금을 제공해왔다. 2017년말까지만 해도 다수 계열사가 남부산업에 대여금을 지급했다. 유진기업 자회사인 당진기업(73억원), 고흥레미콘(9억원), 지구레미콘(7억원)뿐 아니라 유순태 유진홈센터 대표이사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순산업(19억원)이 대여금을 제공했다. 남부산업이 2017년말 특수관계자로부터 받은 차입금 잔액은 110억원이었다.
남부산업이 2018년 12월 유진기업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3년 만기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특수관계자로부터의 차입 형태도 바뀌었다. EB로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면서 특수관계자로부터의 차입 부담이 줄었다. 2019년부터 남부산업에 대한 대여금 지급은 유진레저가 맡았다. 그 사이 현대개발 등 일부 계열사로부터의 차입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수개월의 단기에 그쳤다.
◇유진레저 대여금 117억 제공…대손충당금 110억 반영 유진레저는 유진기업의 완전자회사(지분율 100%)로 경기 포천시에서 27홀 규모 퍼블릭 골프장 푸른솔GC포천을 운영한다. 유진레저를 남부산업에 대한 대여 주체로 내세운 데는 현금여력이 바탕이 됐다. 먼저 유진레저의 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영업이익이 2022년 122억원, 지난해 120억원 등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102억원이었다.
여기에 골프장을 운영하는 만큼 유진레저의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계(889억원) 중 유형자산이 76.6%(681억원)이다. 특히 토지가 382억원이다. 풍부한 유형자산은 유진레저의 현금여력을 늘리는 원천이다. 유진레저는 566억원 규모 유형자산을 차입을 위한 담보로 내놨다. 전체 유형자산의 83%가 담보로 제공됐다.
그럼에도 유진레저의 남부산업에 대한 대여 부담은 커지고 있다. 유진레저가 남부산업에 제공한 대여금 잔액은 2019년말 50억원에서 2021년말 90억원으로, 지난해말에는 117억원으로 늘었다. 남부산업의 지난해말 자산총계가 17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유진레저로부터의 차입금 없이는 존속이 불가능하다. 남부산업이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탓이다.
유진레저는 남부산업에 제공한 대여금의 사실상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지난해말 남부산업에 제공한 대여금은 117억원인데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110억원이다. 유진레저도 남부산업에 대한 대여금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다.
대손충당금 적립은 유진레저 자산총계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유진레저가 제공한 대여금은 남부산업에 대한 117억원을 포함한 154억원이다. 하지만 자산총계에서 장기기타채권으로는 44억원만 반영하고 있다. 이는 대손충당금 110억원을 실제 대여금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