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하나같이 비은행 이익 확대를 부르짖는 가운데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높은 이익 창출력이 지주 순이익에 기여한 곳, 포트폴리오 불균형이 고민인 곳, 오히려 지주의 이익을 갉아먹은 곳 등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이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성과와 그룹 차원의 보험업 전략을 들여다본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적은 1조753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4위 우리금융지주와의 격차는 단 16억원에 그친다. 다만 은행만 따지면 NH농협은행은 순이익 1조2667억원, 우리은행은 1조6735억원으로 격차가 4068억원까지 벌어진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격차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차이는 보험업의 존재다. 우리금융이 보험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반면 NH농협금융의 보험계열사는 지주 이익에 적지 않게 힘을 보탰다. 다만 NH농협생명보험(농협생명)이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한 반면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은 자연재해를 극복하지 못했다.
◇농협생명, 신계약 성과 앞세워 보험손익 개선
NH농협금융 보험계열사는 2024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27억원 줄어든 2844억원의 순이익을 합작했다. 5대 금융지주 산하 보험계열사들 가운데서는 3069억원의 신한금융 보험계열사에 근소하게 뒤진 3위다. 농협생명이 순이익 16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4% 증가한 반면 농협손보는 1205억원으로 14.7% 감소했다.
올 상반기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생보사들과 손보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생보사 순이익 총계는 3조59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 감소한 반면 손보사 순이익 총계는 5조7722억원으로 12.2% 늘었다. 그런데 NH농협금융 보험계열사들은 이런 업계의 흐름을 역행한 것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양사 모두 투자부문에서는 이익 감소가 나타났다. 농협생명은 427억원에서 161억원으로 266억, 농협손보는 797억원에서 520억원으로 277억원씩 투자손익이 각각 줄었다. 줄어든 투자손익을 보험부문에서 만회했는지 여부에 따라 양사 순이익의 증감이 갈렸다
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보험손익이 2815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898억원(46.8%) 증가하며 만회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보장성신계약 판매 확대가 보험손익 개선을 견인해 전체 순이익도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이 576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4.4% 급증했다. 이에 따라 CSM 잔액도 4조4774억원에서 4조8097억원으로 7.4% 늘었다.
장기·보장성보험을 판매해 CSM을 축적하고 이를 상각해 이익을 내는 것은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이익을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농협생명은 이를 충실히 따르며 생보업계의 실적 악화 흐름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농협손보, 정책보험 비용 증가에 제한된 보험손익 개선
농협손보의 경우 순이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순리를 역행한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말 보유 CSM 잔액은 2조14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다. 이 기간 CSM 상각분이 늘어났음에도 장기보험 판매 확대로 신계약 CSM을 지속 확보했다는 것이 농협손보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기간 보험손익은 1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억원(9%) 증가하는 데 그쳐 투자손익 감소분 277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농협손보가 업의 특성상 농작물재해보험이나 가축재해보험 등 물보험을 정책보험으로서 판매하는 유일한 손보사라는 점 때문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전년 대비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피해 심화로 정책보험 손익이 감소했다"며 "다만 정책보험 외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보다 약 180억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자연재해 이슈가 아니었다면 농협손보는 약 80억원의 순이익을 더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결국 재해 리스크의 관리를 통해 보험부문의 손해율을 낮추는 것이 향후 농협손보의 과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농협손보의 손해율은 90.68%로 전년 동기보다 3.38%p(포인트) 높아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상반기 손해율이 1분기 93.74% 대비 3.06%p 개선된 수치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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