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손해보험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첫해인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치상 순이익은 최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계 기준 전환에 따른 지표 개선이었을 뿐 근본 이익체력이 향상되진 않았다. IFRS17을 소급해 비교할 경우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특히 본업인 보험손익이 역성장하며 문제점을 드러냈다. IFRS17 실손보험 가이드라인에 따른 계리적 가정을 적용하자 보험손익이 감소한 것이다. 보험손익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감소는 이익잉여금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합인 가용자본을 갉아먹으며 지급여력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최대 실적, IFRS17 소급 재작성 시 627억 감소로 전환 NH농협금융의 지난해 실적 팩트북에 따르면 농협손보는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인 14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147억원 대비 27%(306억원) 증가한 규모다. 다만 이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다.
농협손보는 2022년 실적은 구 회계제도(IFRS4) 기준으로 작성했고 지난해 실적은 IFRS17을 기준으로 각각 작성했다.
실적을 IFRS17 기준에 따라 소급 재작성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30%(627억원)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 1147억원이던 2022년 실적이 208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통상 IFRS17에선 기존 보다 순이익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IFRS17 하에서는 새로운 계약의 비용 인식 기간이 7년에서 보험기간으로 확대돼 당기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게다가 보험계약 이자비용이 보험손익에서 투자손익으로 변경되면서 보험손익이 증가하고 투자손익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효과가 실적 부풀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험계약마진(CSM) 산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해 3분기부터 적용했다. 농협손보의 수익성이 꺾인 것도 이때부터다. 농협손보의 IFRS17 기준 지난해 보험손익은 1173억원으로 전년 2412억원보다 1239억원 감소했다.
연간 보험수익은 2조7509억원으로 전년 2조6350억원 대비 1159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손실계약비용 등이 산입된 보험서비스비용이 2조5969억원으로 6369억원 늘며 증가분을 상쇄했다.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손실계약비용 인식이 더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걸림돌 된 보험손익…지급여력비율에도 악영향 수익성의 주요 부분인 보험손익은 신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손실 발생 시 지급 가능한 금액인 가용자본을 일정 신뢰수준 이하에서 발생하는 최대손실 예상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지급 가능한 금액을 뜻하는 가용자본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을 합쳐 산출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가용자본도 감소하는 구조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농협손보의 킥스비율은 272%로 전 분기 34%포인트 떨어진 게 한 예다.
이는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해 3분기까지 300%대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큰틀에서 투자손익 등과 수익지표를 함께 구성하지만 투자손익은 금리 등 외생 변수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 일정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본업인 보험이익의 개선이 필수다.
실제 농협손보의 지난해 투자손익은 9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가량 널뛰기했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관련이익'이 962억원 발생하고, 이자수익이 2261억원으로 9.06%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엔 외생변수의 긍정 효과를 누렸지만 변동에 따라 언제든 부정 요인이 될 위험성이 내재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