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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

농협생명, 새 회계기준서 부채규모 줄어든 비결은

③시가평가로 보험계약부채 큰폭 감소…차입금 상환으로 몸집 가벼워져

고설봉 기자  2024-04-15 14:08:29

편집자주

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농협생명은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 이후 부채총액이 크게 감소했다. IFRS17 효과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면서 부채규모가 작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단기 자금조달 목적으로 매도했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모두 털어내면서 차입금도 크게 줄였다.

농협생명의 부채총액은 최근 몇 년 계속해 감소세를 보였다. 2019년 말 61조679억원에서 2022년 말 59조4046억원으로 줄었다. 보험계약부채의 감소와 차입금 축소 등 굵직한 부채항목이 줄어들면서 부채총액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를 냈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농협생명은 한번 더 부채총액을 줄일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말 49조7106억원을 기록하며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약 10조원 가량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새 회계기준 도입 효과가 거듭되면서 지난해 말 47조9926억원까지 부채총액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농협생명 부채총액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보험계약부채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금을 부채로 계상한다. 향후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만기 환급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정 비율로 계상하고 회계에 반영한다.

IFRS17 도입으로 농협생명은 자산과 더불어 부채의 시가평가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험계약에따른 부채도 계정을 세분화하거나 통합해 실질에 맞게 업격히 평가할 수 있게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부채에 대한 리스크 요인 등 평가가 다시 이뤄지면서 부채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생명의 보험계약부채는 가입자수에 비례해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왔다. 최근 5년 추이를 보면 2019년 말 59조8147억원에서 2020년 말 59조7483억원, 2021년 말 59조2837억원을 거쳐 2022년 말에는 56조1474억원 등으로 꾸준히 줄었다.

IFRS17 도입을 계기로 보험계약부채는 한층 더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말 IFRS17 적용 후 첫 집계에서 46조2435억원까지 축소됐다. 이후 연중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기록한 결과 지난해 말 45조9588억원까지 줄었다.


새 회계기준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재보험 관련 보험계약부채 계정도 부채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사망보험과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상품에 대한 시가평가 뒤 공동재보험 관련 금액을 인식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재보험계약부채는 지난해 1분기 말 2조45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분기 말 2조1621억원, 3분기 말 1조8459억원, 4분기 말 1조3579억원 등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농협생명의 보장성 상품 판매가 줄었다는 뜻이다. 신규 영업 중단과 중도해지 등이 발생한 결과다. 재보험에 가입해야할 요인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새롭게 부채로 계상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만큼 상품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채총액 감소의 또 다른 요인은 차입금 축소다. 농협생명은 그동안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다양한 경로의 차입을 지속해왔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까지 부채총액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였다.

2022년 말 농협생명의 RP매도 규모는 1조31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점차 규모를 줄여 지난해 1분기 말 1조800억원, 2분기 말 8000억원, 3분기 말 5000억원 등 꾸준히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말 모든 RP매도를 정리하면서 차입금 규모를 크게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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