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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가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이돈섭 기자  2024-08-20 07:58:40
지난 2월 말 토요타자동차의 한 사외이사가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토요타아키오 회장을 공개 비판했다. 자동차 품질 인증 조작 문제로 파문을 일으켜 수습 국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룹 오너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을 제시하는 임원들을 내치는 등 독선적으로 기업을 이끌어온 것이 결과적으로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었다.

이 사외이사의 이름은 스가와라 이쿠로(菅原郁郎). 행정관료 출신인 스가와라 이사는 2018년 사외이사로 발탁돼 매년 재선임돼 임기 6년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가 사외이사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일본 사외이사 제도 역시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스가와라 사외이사는 지난 6월 정기주총에서 재선임에 성공해 임기를 내년 6월까지 1년 연장했다. 토요타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스가와라 이사는 회사 정책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은 거래처 기업과 주식을 상호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토요타자동차도 타사와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거래를 확대하면서 타사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그는 토요타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는 타사 주식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지적했고 실제 토요타는 타사 주식 수를 절반 수준 이상 줄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사회가 올린 안건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경우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사외이사 제도가 전면 도입된지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분 사외이사들은 오너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각 기업들이 사업의 대외협력 채널로 활용할 뿐 이들의 의견을 경영 현안을 판단하는 데 적용했다든지 경영진에 경보를 울렸다는 식의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중견 상장기업들의 경우 오너의 고등학교 동창이 수십년 간 사외이사로 일하기도 하고 전문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인사들이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접촉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라는 게 (경영진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행동 보폭이 넓을 수가 없다"면서 기자와의 만남을 거부했다. 사외이사가 경영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눈치를 안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너와 주요 경영진이 사외이사 후보 선임 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외부 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이사회 독립성 판단에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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