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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장 인선

인선 '키' 쥔 행추위…파행 역사 되풀이될까

②행추위, 정부 부처와 중앙회 대리전 성격…이견 조율이 관건

이재용 기자  2024-08-09 07:42:52

편집자주

Sh수협은행이 차기 행장 선출 작업에 돌입한다. 은행장 최종 후보 추천 권한을 쥔 은행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선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강신숙 수협은행장의 연임 여부다. 신경분리 이후 수협은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수협은행장 선임 절차와 특성, 강 행장의 지난 성과 및 변수 등을 통해 인선 향방을 점검해 본다.
Sh수협은행장 인선의 키는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에 있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려면 행추위원 4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확정된 위원은 정부 추천 수협은행 사외이사 3인이다. 수협중앙회 추천 두 자리엔 김대경 울진후포수협조합장, 김상일 양양군수협조합장 등이 거론된다.

행추위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와 수협중앙회 인물들로 구성되는 만큼 각 조직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조직 이해관계에 따른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실제 팽팽한 줄다리기 탓에 은행장 인선이 미뤄지며 6개월 동안 은행장 공백 사태가 발생한 전례도 있다.

◇정부 측 행추위원 확정…중앙회 추천에 김대경 조합장 등 거론

수협은행은 9일 이사회를 열고 행추위 명단을 확정한다. 행추위는 모두 5명으로 구성한다. 정부 관련 부처가 각각 추천한 인물 3명은 이미 확정됐다. 현직 수협은행 사외이사진들로 기재부는 오규택 사외이사를, 금융위와 해수부는 각각 이석호 사외이사와 남봉현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각 위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 조직과 깊숙이 관련된 인물이란 게 확인된다. 먼저 오 사외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3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인물이다.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 등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을 지냈다.

이 사외이사는 미국 템플대에서 보험경영·보험계리학을 전공한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보험금융연구센터장, 기획협력실장, 보험·연금연구센터장 등을 거쳐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금융발전심의회 위원과 금융위 옴부즈맨·감사자문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다.

최 사외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 경영대학 학장,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부산항정보화위원회 위원장,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자문위원, 부산광역시 정책고문, 해양수산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의 경력이 있다.

정부 부처 관련 인사가 행추위의 다수를 구성한 배경에는 공적자금이 있다. 공적자금은 2022년 조기상환 처리됐으나 현금 상환이 아닌 국채 매입을 통한 상환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국채가 만기 도래로 실제 현금화될 2027년 이후에야 완전 경영 자율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행추위를 구성할 수협중앙회 추천 인사는 전국수협조합장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행추위원 선정 대상에 별다른 제약은 없으나 통상적으로 수협조합장들이 행추위 두 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협 조합장들이 유력 행추위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장 확실시되는 인물은 김대경 울진후포수협 조합장이다. 김 조합장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협 제6지구 조합장 비상임이사다. 김 조합장과 함께 김상일 양양군수협 조합장, 박혜철 속초시수협 조합장 등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협 외부 인물이 오는 경우도 배제할 순 없다.

◇파행 겪기 쉬운 대리전 성격 행추위 구조

행추위 구성 못지않게 이목이 쏠리는 사안은 인선 파행이 또 되풀이될지 여부다. 수협은행장 인선이 쉽게 결론 나지 않는 이유는 정부 부처와 중앙회 대리전 성격을 띠는 행추위 구성 때문이다.

수협은행장 최종 후보로 낙점되려면 행추위 5인 중 4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각 진영이 원하는 인물을 행장에 앉히기 위해선 상대측 위원을 반드시 설득해야 한다. 지지 인물이 다를 경우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수협은행장 인선을 돌아보면 양측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파행을 겪은 경우가 적지 않다. 수협은행 출범 이후 2대 이동빈 전 행장, 3대 김진균 전 행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수협중앙회 측과 정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여러 차례 재공모를 진행했다.

이원태 전 행장의 임기가 2017년 4월 만료됐지만 이동빈 전 행장이 선임된 건 10월이었다. 무려 6개월의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열린 행추위만 무려 20회다. 승계 절차 개시 이후 최종 후보자 선임까지 걸린 기간은 8개월이 넘는다. 당시 정만화 비상임이사가 은행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며 공석을 메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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