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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상각이슈 끝 '수익성 개선'…변수는 제약 합병

판권 상각 리스크 해소 긍정적, 합병 시 주식매수선택권 등 비용 부담 가중

김형석 기자  2024-08-08 08:51:29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통합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실적 개선을 이뤘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판권 등 거대 상각 이슈가 있었지만 극복한 분위기다.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선전과 후속 제품들의 고른 판매가 호조세를 띈 덕분이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연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너지 및 협업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셀트리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헬스케어 판권 상각 불구 전분기 대비 4배 이익 증가

셀트리온은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87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통합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양사의 매출 단순 합산치인 8769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목할 지점은 '영업이익'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24억원을 기록했다. 통합 이후 첫 실적발표였던 1분기와 비교하면 369.57% 증가한 수준이다.

계절 요인 등으로 분기별 실적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실적이 유의미 한건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600억원의 상각 이슈를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에 따라 기업인수가격배분(PPA)을 평가했다. 이에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600억원씩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무형자산 판권을 상각했다.

셀트리온 원가율 전망치 및 합병 이후 상각 규모. 자료:셀트리온 IR

급전직하했던 영업이익률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8.3%를 기록했다. 30% 이상이었던 통합 이전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1분기 2.1%까지 하락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셈이다.

셀트리온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주력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성장이 컸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2분기 전년동기 대비 103.6% 성장한 77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주력 시밀러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 기조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기존 제품인 램시마IV는 36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302.0% 성장했다. 이 기간 램시마IV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55%에서 59%로 상승했다. 피하주사(SC) 제형인 램시마SC 역시 272.7%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이 밖에도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 바이오제품 매출도 각각 전년 대비 80.3%, 35.8% 증가했다. FDA에서 신약 지위를 인정받은 짐펜트라도 20억원의 첫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올해 1, 2분기에 통합으로 인식한 무형자산 중 판권 상각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3분기부터는 관련 상각 비용을 대거 줄일 수 있다.

3분기 이후 상각 예정 자산의 분기 상각비용은 70억원에 불과하다. 2분기 상각 자산인 600억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 제품군(IV/SC)을 비롯해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등 4개 제품이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등 여러가지 긍정 요인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합병에 따른 일시적 상각 요인들도 해소하고 후속 제품 중심의 성장세도 이어지는 등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제약 합병 주식매수선택권 비용 부담·시너지 효과 낮아

하지만 통합 후 순항하고 있는 셀트리온 실적에 변수도 있다. 당장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라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셀트리온제약의 사업 영역은 케미칼 의약품(스몰몰큘) 생산과 국내 판매다.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바이오신약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셀트리온과는 화학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순 합병에 따른 규모 확대도 단기적으로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 셀트리온제약의 매출 규모가 셀트리온에 비해 미미한데다 영업이익율도 낮아서다.

셀트리온 바이오제품 매출 세부 내역. 자료:셀트리온 IR

셀트리온제약의 수익성은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2분기 1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3분기와 4분기 각각 66억원과 52억원의 이익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3.40%에서 3.81%로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분기 대비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가정으로 양사의 단순 영업이익 총액은 9717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7.83%로 0.5%포인트가량 하락한다.

통합에 대한 주주간 이견차도 향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다. 양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다수 발생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등 많은 비용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합병이 오히려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셈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가 인수합병(M&A)을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주 상당수가 합병에 반대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라 셀트리온이 주식 매수에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의 경우 바이오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감이 커 셀트리온 주주들이 대거 합병에 찬성했지만 셀트리온제약과의 통합은 다수 주주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셀트리온이 합병을 강행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발동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통합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맞지만 합병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외부기관을 통해 양사의 통합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한 뒤 합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분기 상각 이슈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사업의 매출 성장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상각 이슈가 해소되는 3분기부터는 수억성 개선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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