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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시총분석

셀트리온 빠진 '왕좌게임' 코스닥, 상위사 쏠림 '양극화 현상'

새 대장주 알테오젠, 톱20 시총 1조 마지노선 붕괴 '주목'

최은수 기자  2024-07-01 09:43:21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2024년 상반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탈하며 시작된 '코스닥 제약바이오 왕좌의 게임'은 알테오젠이 대장주로 올라서며 마무리됐다. 이 기간 일부 헬스케어 및 메디테크 기업이 약진했지만 최상위권에선 신약개발 즉 '레드바이오'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상위권 전체 시가총액은 올 초 대비 늘었지만 오히려 '톱20'의 1조 마지노선은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섹터가 함께 움직이기보다 상위권 특정기업에만 수급이 쏠리는 양극화의 전조 현상도 엿보인다.

◇알테오젠 새 '대장주'로, '의료AI 선봉' 루닛은 미끌

1일 더벨이 코스닥 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상위 20개 기업의 6월 28일 장마감 기준 시가총액 총합은 54조1142억원을 기록했다. 반년 전 2023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51조7910억원보다 2조3232억원(4.48%)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3사 합병으로 코스닥에서 편출된 후 오히려 상위권 시가총액은 늘어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흡수합병돼 소멸되기 전 몸집은 12조원이었다. 수 년간 코스닥 바이오 왕좌를 차지하던 대장주가 사라지고 '차기'를 노리는 기업 간 경쟁이 나타났다. 시장과 투자자들도 이를 충격이나 악재라 판단치 않고 호재로 여긴 결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역시 합병 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셀트리온제약을 제외했을 때 2023년 말 기준 시가총액 톱5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등한 게 일례다. 이 기간 대장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 주자들에게 시장 수급이 집중됐단 뜻이다.

알테오젠이 약진하며 새 대장주로 올라섰다. 2023년 말과 대비하면 시가총액이 200% 가까이 늘었다. 머크(MERCK & CO)의 키트루다의 제형을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바꿀 기술 공급 본계약을 체결하며 갖은 루머를 지워낸 결과다.

시장은 알테오젠이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로 특허 연장을 위한 길을 터 나가는 점에 주목한다. 앞서 머크의 키트루다 외에도 다양한 면역항암제 및 기출시 정맥주사제형 바이오의약품과 접점 형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리보세라닙의 FDA 품목허가를 노리다 보완요구서한(CRL)을 받고 상승 동력이 다소 줄어든 HLB와 다른 행보를 걷는다.

코스닥 바이오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하는 '컨텐더' 경쟁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미끄러진 곳은 루닛이다. 루닛은 2023년만 해도 2조원이 넘는 몸값을 나타내며 의료 AI를 너머 '헬스케어 톱픽'으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올해 초 AI 기반 유방암 진단업체 볼파라 인수를 위해 차입을 활용하겠단 조달 전략이 바뀌며 동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의 차입과 CB 발행을 두고 고심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분희석 이슈와 의료 AI 사업과 거리가 먼 금융업 진출을 선언한 게 연쇄 반응이 나타났다. 반 년만에 뜨거웠던 모멘텀을 잃어버리며 시가총액 1조원이 증발했다. 루닛의 빈 자리를 올해 3월 미국 FDA로부터 보툴렉스 품목허가를 따낸 휴젤이 치고 올라왔다.

루닛이 10위권 밖으로 이탈하면서 올해 6월말 기준 클래시스를 제외한 시가총액 톱10 기업 모두 바이오로직스 및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바이오텍으로 재편됐다. 오스코텍은 유한양행에 기술수출(L/O)한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상업화 이슈에 올라타면서 새롭게 10위로 점프했다.

◇20위 시가총액 1조 하회, 두드러진 '상위권 쏠림현상'

이 기간 시가총액 최상위권은 약간의 변화와 일부 기업 외엔 주가 상승 구도를 보였지만 이들 외 기업은 상당한 혼조세를 보였다. 더불어 반 년 사이 여덟곳의 기업이 드나드는 사이 오히려 10위권에 자리한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는 2023년 말 대비 줄어든 것도 눈길을 끈다.

제이시스메디칼은 현대바이오를 밀어내고 톱 20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프랑스의 아키메드그룹이 국내 법인 시라큐스서브코를 이달 22일까지 제이시스메디칼 보통주를 1만3000원에 공개 매수할 계획을 알리면서 상승을 시작했다. 제이시스메디칼의 6월 말 종가는 1만2870원으로 아키메드그룹이 내놓은 공개매수가격 1만3000원에 근접했다.

그럼에도 제이시스메디칼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반 년 사이 코스닥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상위 20위의 몸집이 1조원에도 못 미치게 됐다는 뜻이다. 새로 이름을 올린 오스코텍을 포함해 6월 말 기준 10위권에 자리한 기업들 모두 반 년 전 같은 순위에 있던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줄었다.

이는 반 년간 대장주를 둔 경쟁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최상위권에 쏠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코스닥 제약바이오섹터의 추동력 상당 부분 역시 시가총액 상위기업에만 집결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섹터도 조정 후 성숙을 거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의 양극화가 시작된 보인다"며 "당분간은 섹터가 함께 움직이기보단 이슈를 갖고 있거나 사업 성과를 내놓는 개별 종목 중심으로 시장이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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