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통합 셀트리온' 출범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내세웠던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작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이룬 후 넥스트로 삼았던 게 셀트리온제약이었다.
하지만 헬스케어를 합병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체급 차이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는 점에 통합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또한 셀트리온과 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셀트리온제약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점에서도 시너지 포인트가 미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양측 주주들로부터 최대한 공정하게 의견을 청취한다는 입장이다.
◇주주의견 설문, 외부 평가 등 반영해 합병 타당성 다각도 검토 셀트리온그룹은 31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위해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각 특별위원회에서 독립적이고 종합적인 대내외 평가를 통해 현 시점의 양사 합병이 타당한지 검토할 예정이다. 주주의견을 청취하는 설문을 진행하는 한편 합병 이후 기대 시너지 및 자금 등을 살펴보고 외부 중립 기관의 평가도 병행한다.
이 같은 합병의 타당성을 특별위원회가 다각적으로 검토한 후 합병 추진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각 사 이사회에 제출한다. 합병 타당성에 무게가 실리면 본격적인 합병 추진을 위한 2단계 특별위원회가 발족한다.
셀트리온 측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성공적인 합병 이후 셀트리온제약과 합병 추진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특별위원회를 통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주의견 수렴, 양측 다른 입장 불가피…서정진 회장 '중립' 유지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은 작년부터 예고했던 수순이다. 작년 구체적인 통합 셀트리온 출범 계획을 발표하면서 3사 동시 합병이 아닌 2사 합병을 먼저 추진했다.
주주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단계적 합병이 더 바람직하다고 봤다. 지난해 10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안건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하면서 양사의 합병은 기존 안대로 진행됐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번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에서도 역시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3사 합병안에 대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주주들이 원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주주들이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서 회장은 당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겨도 합병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고 피력했다.
이번 셀트리온제약 합병 검토에 대한 보도자료에서도 "주주가 원하는 합병이 전제인 만큼 양사 주주의 절대적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선행되는 이유다.
하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과는 다르게 시너지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업 영역이 각각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유통으로 나눠졌다.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확실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은 케미칼 의약품의 생산과 국내 판매 등이 주요 사업이다. 현재의 셀트리온과 시너지 및 협업 포인트를 찾지 쉽지 않다. 각각의 전문영역이 다른 만큼 독립 경영이 더 낫다는 의견이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두 회사 간의 덩치 차이에 관심을 둔다.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 산정 등이 쉽지 않고 주주간의 의견 대립도 심화될 수밖에 없어 '현실화' 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31일 기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44조3751억원에 달하는 반면 셀트리온제약은 4조1763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매출도 셀트리온은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셀트리온제약은 4000억원에도 못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체급 차이가 너무 큰 탓에 주주간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여 현실화 가능성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셀트리온그룹 입장에선 주주들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