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5대 은행이 리더십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연임 또는 교체를 앞두고 있다. 각 은행지주의 결정에 따라 현 체제가 지속되거나 쇄신 차원의 인선이 이뤄질 수 있다.
변수는 금융 당국이 새로 정립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의 CEO 선임과 경영승계절차 관련 원칙을 공개했다. 예년에 비해 빠른 9월께 승계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하는 것도 임기 만료 3개월 전 개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각행은 리더십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당국 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승계 절차 준비에 한창이다.
◇'신한·하나·우리·농협' 첫 임기 막바지…'국민' 3연임 도전
현재 5대 은행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체제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동시에 만료된다.
이중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2023년 1월 취임해 첫 임기 2년을 온전히 채우고 있다. 이승열 행장은 하나은행 최초의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 조직 융합 임무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다. 이석용 행장은 중앙회와 은행을 두루 거친 인물로 지배구조 변화가 잦은 조직 안정화에 기여할 CEO로 낙점됐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임 행장의 퇴임으로 급하게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한 지 한달 된 전임 행장의 일신상의 사유로 정 행장이 지난해 2월 신한은행 CEO 자리를 이어 받았다. 조 행장은 전임자의 용퇴 후 진행된 승계 프로세스를 거쳐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임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5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3연임에 도전하는 CEO다. 이 행장은 2022년 1월 은행장에 올라 2년의 첫 임기를 소화했고 지난해 11월 1년여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다. 은행권은 통상 행장의 첫 임기 2년 간의 성과에 따라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하곤 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과 달리 은행장의 3연임 전례가 있다.
◇승계 절차 3개월간 진행…CEO 자격요건·상시후보군 관심
이번 은행장 승계 시즌은 예년과 달리 금융 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하에서 진행된다. 당국은 은행지주의 페쇄적인 CEO 승계 절차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지주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후계자격 인물을 은행장으로 내정하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그간 비판 수위를 높이는 정도에 그쳤으나 이젠 은행권 논의를 거쳐 수립한 원칙을 바탕으로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은행지주 회장이 소속된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승계를 주도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승계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모범관행에 적시된 원칙을 지키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또 CEO 후보군 관리, 육성, 최종 선정 단계를 포괄하는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문서화해야 한다.
CEO 자격요건을 구체화하는 게 대표적인 모범관행 원칙이다. 금감원은 은행 중장기 경영전략과 비전에 적합한 CEO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을 CEO로 선임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상시후보군도 마련해야 한다. CEO 자격요건과 연계해 실효성 있는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달라는 요구다. 상시후보군 제도가 안착하면 특정인의 의중이 반영된 후보 급부상을 차단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연말에 대다수 은행의 행장 임기가 끝나는데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적용해야 하는 첫 사례라 일찌감치 승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원칙을 최대한 준수하며 절차를 진행해야 연임이든 교체든 새 리더십을 세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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