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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밸류업 점검

통곡의 벽 'PBR 0.5배' 이번엔 넘어설까

③올해 주가 40%대 상승에도 저평가 여전…'배당→자사주' 환원전략 변화 주목

최필우 기자  2024-07-15 14:31:25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하나금융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하나금융지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저평가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40%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4대 금융지주 중 2위를 달리고 있으나 PBR은 KB금융, 신한지주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수년간 PBR 0.5배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며 주가가 순자산 증가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저평가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주환원 전략 변화가 저PBR 해소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 중심의 환원 정책에서 직접적인 주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자사주 소각 비중을 늘리면 PBR 개선이 가능하다.

◇KB·신한 대비 심한 저평가 기조

한국거래소(KRX)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2일 종가 기준 PBR 0.46배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금융 섹터에서 두드러지는 저PBR 기조에서 하나금융도 자유롭지 못하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순자산 대비 기업 가치가 어느정도로 평가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다. 금융주 PBR은 0.3~0.5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최근 10년간 PBR 추이를 보면 하나금융의 저PBR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하반기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강세 흐름 속에 자산주 주가가 오르면서 0.7배를 넘어선 적도 있으나 이후엔 줄곧 0.5배를 밑돌고 있다. 주가 반등 국면에서도 좀처럼 PBR 0.5배를 넘어서지 못했고, 올해 3월에도 0.5배를 터치하자마자 0.4배대로 하락했다.

하나금융 주가는 순자산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순자산은 21조8936억원이다. 지난해 말 순자산은 40조1817억원으로 2014년말과 비교해 2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주가는 3만2000원에서 4만3400원으로 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순자산 성장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하나금융 PBR은 KB금융, 신한지주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12일 기준 KB금융과 신한지주 PBR은 0.58배, 0.5배로 하나금융보다 높다. KB금융은 올해 은행권 밸류업을 선도하면서 0.5배를 뛰어넘었다. 신한지주는 2019~2020년 두 차례 유상증자로 주가 하락 압력이 작용해 PBR이 낮아졌음에도 하나금융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PBR을 주가 관리의 주요 척도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 PBR 0.8배를 목표로 삼고 주가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순자산 규모가 그대로라고 가정할 때 주가가 현 수준에서 60% 가량 상승하면 PBR 0.8배를 달성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아직 PBR을 기준으로 하는 주가 관리 계획을 공개한 바 없다.


◇배당 중심 환원 정책, 주가 상승 제한했나

KB금융,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PBR 차이는 주주환원 정책에서 발생한다는 견해도 있다. 주주환원 방식은 크게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나뉜다. 고배당 중심 주주환원은 기업이 자본을 투입해 성장을 도모할 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환원 방식이다.

KB금융은 은행권 최초로 자사주를 소각했고 규모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주주환원율을 40%로 가정했을 때 자사주 소각 규모가 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한지주는 1분기 1500억원, 2~3분기 3000억원 규모 소각 계획으로 연간 6000억원 소각이 점쳐진다. 자사주 소각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PBR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나금융도 자사주 소각 대열에 합류했지만 규모 측면에서 KB금융, 신한금융에 뒤처진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올해 3000억원 규모 소각을 계획했다. 연간 자사주 소각 규모가 KB금융, 신한금융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주가와 PBR 상승폭도 제한적이다.

하나금융은 전통적으로 배당 중심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실적 기복이 있어도 전년 대비 배당금을 늘리는 것을 주주환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조를 이어가면서 단기간에 자사주 소각 규모를 키우는 건 녹록지 않다. KB금융, 신한지주에 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것도 환원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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