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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밸류업 점검

밸류업 예고 공시 아직…기존 '중장기 환원정책' 자신감

②가시권에 있는 자본비율 관리 목표…'배당·자사주' 정책 조화 이룬 환원 계획

최필우 기자  2024-07-12 16:47:06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하나금융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하나금융은 아직 밸류업 예고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 밸류업 예고 공시는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시점을 구체화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KB금융, 우리금융이 밸류업 공시를 예고한 상태다. 밸류업 공시를 늦추고 있는 데서 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하나금융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초 새로 수립한 '자본관리 계획 및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비율 관리 계획상 목표치가 현 수준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배당·자사주 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호평을 받았다. 주가도 올들어 상승세인 만큼 밸류업 계획을 급하게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3% 안팎 안정적 CET1비율 관리

하나금융은 2022년 경영실적 발표 IR에서 자본관리 계획과 이에 연동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이지만 금융주 저평가 장기화에 대한 주주 불만이 컸던 시기다. 불만 여론을 잠재우고 주주환원 의지를 밝히는 차원에서 명확한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목표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보통주자본(CET1)비율에 연동된 주주환원 계획을 수립했다. CET1비율 구간별로 주주환원에 쓰이는 재원 편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CET1비율이 13%를 넘으면 직전년도 대비 자본 증가분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고, 13.5% 초과 자본은 100%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게 하나금융의 방침이다.

초과자본 100% 환원 기준인 CET1비율 13.5%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높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원칙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을 전면 검토하는 기준점으로 12%를 제시하고 있다. 주주환원 극대화를 위해 도달해야 하는 지표가 하나금융이 가장 높은 셈이다.

하나금융이 CET1비율 관리 목표치를 높여잡은 배경에는 환율 변동성이 자리한다. 하나금융은 옛 외환은행을 인수합병한 영향으로 환율 변동에 따라 자본비율에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가파르게 높아지면 CET1비율 하락 압력을 받는다. 이를 감안해 0.5%포인트의 환율 버퍼를 둔 것이다.

목표치를 고려한 CET1비율 관리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하나금융 CET1비율은 12.89%(금융감독원 집계 기준)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으로 1분기 14bp 가량 하락하며 13%선을 내줬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3.22%로 13~13.5% 구간에 머물렀다. 목표치를 가시권에 둔 CET1비율이 올해 주가 우상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년 대비 '배당금 확대' 원칙…'자사주 소각' 더해져 시너지

준수한 자본비율 관리에 더해 하나금융지주 주가 상승에 힘을 싣는 건 전년 대비 배당 확대 원칙이다. 하나금융은 금융 당국 차원의 배당 자제 요구가 있지 않는 한 경영 실적이 줄어도 전년 대비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주당 배당금은 2021년 3100원, 2022년 3350원, 2023년 3400원으로 증가했다.

배당금 확대 원칙은 하나금융의 자본관리 계획 및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배당금을 꾸준히 늘린다는 내부 방침을 지켜왔듯 자본관리가 계획한대로 이뤄질 경우 이에 연동된 주주환원 정책을 가동한다는 믿음이 주주 사이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신뢰를 기반으로 은행권 대표 밸류업 수혜주가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이 추가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KB금융이나 신한금융에 비해 자사주 소각 도입 시기가 늦었고 규모도 작지만 금융권 주주환원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했고 올해도 1월 3000억원 규모의 매입·소각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다른 변수가 있더라도 가급적 전년 대비 배당금 규모를 확대하는 게 하나금융 주주환원 정책의 특징"이라며 "배당 측면에서 주주와의 약속을 지켜나가야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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