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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제회 타깃' 감사원, 장부가 평가 방식 지적한 이유는

대체투자 자산 시장가 반영 못해…"공표 수익률 허수일수도"

남준우 기자  2024-07-02 10:41:08
경찰공제회는 오랜 기간 대체투자 자산을 '장부가'로 평가해왔다. 최근 감사원이 이 점을 구두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경찰공제회가 공표한 대체투자 수익률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주요 공제회 대체투자 자산 등에 대한 예비감사를 진행 중이다. 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들에게 대체투자 관련 자료들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실사 과정에서 경찰공제회의 대체투자 자산 가치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구두로 지적했다. 대체투자 자산 가치는 통상적으로 공정가치 평가와 장부가 평가 등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평가한다.

공정가치 평가는 현재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자산 가치를 측정하는 평가법이다. 일반적으로 외부 평가기관에 위탁하는 형태로, 분기 혹은 반기마다 평가를 진행해 시장 가치를 반영한다. 실시간으로 시장가격이 반영되지 않는 대체자산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행정공제회 등이 이 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장부가 평가의 경우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한 원가 평가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리 상승 등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에 자산 매각 전 까지는 부실이나 현 시점에서의 가치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경찰공제회의 경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부가 평가 방식에 대한 지적이 외부에서 이어져왔으나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한국자산평가 등 외부 기관에 맡겨야 하는데 비용이 드는 일이라 경찰공제회 측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기관에 맡길 경우 건당 약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다만 경찰공제회가 가지고 있는 대체투자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비용이 수억원 대로 증가하게 된다.

감사원이 경찰공제회의 장부가 평가 방식을 구두로 지적한 이유는 운용 수익률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작년말 기준 경찰공제회의 대체투자 자산 비중은 전체 투자 자산의 약 60%다. 경찰공제회의 대체투자 자산 수익률은 최근 10년 가까이 5~6%를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장부가 평가를 진행하는 만큼 대체투자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할 때만 수익률에 반영된다. 경찰공제회가 매년 일정 시기에 자산을 매각하면서 수익률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정확한 수익률을 알 수 없는 만큼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체투자 자산 수익률이 '허수'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대체자산 평가 기준점을 공정가치 평가로 변환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감사 이후 감사원이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경찰공제회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대체투자 자산 평가를 장부가 평가로 기입해왔는데 이에 현재 공표한 수익률이 실제와는 괴리가 클 공산이 크다"며 "이 점을 감사원이 최근 지적을 했는데 시류상 공정가치 평가 방식을 따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경찰공제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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