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은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의 양극화가 가장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난 보험사다. 기존 제도에서는 안정적으로 자본을 관리하던 보험사가 한순간에 퇴출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보험사로 추락했다.
이에 푸본현대생명은 경과조치를 통해 자본관리의 유예기간을 확보한 뒤 분주하게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만 푸본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뤄졌다. 다만 적정 수준의 가용자본과 현재 가용자본의 격차가 상당한 만큼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외부 자본확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 6000억 이상 확충, 적정성은 여전히 최하위 푸본현대생명은 올 들어 3월 500억원, 5월 1200억원 총 2차례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17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2차례 자금조달의 목적은 모두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함이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이 23.94%에 불과했다.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는 고사하고 법정 기준인 100%에도 한참 미달했다. 경과조치를 통해 표면상의 비율을 192.47%까지 끌어올렸으나 경과조치의 효과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소멸된다. 자본구조 정상화의 유예기간을 확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자본적정성 측정제도(지급여력제도) 역시 RBC에서 K-ICS(킥스)로 변경됐다. K-ICS는 단순히 보험부채를 시가로 측정하는 것을 넘어 리스크의 측정 방식을 RBC 대비 세밀화하는 것으로 신뢰 수준을 높인 제도다.
푸본현대생명은 기존 RBC 지급여력제도상 지급여력비율이 2022년 말 171.2%로 안정적인 수준이었으나 제도 변경 이후 킥스비율은 2023년 1분기 말 -0.6%로 급전직하했다. 2022년 말 1조5740억원의 가용자본이 바뀐 측정기준 하에서 -86억원으로 감소한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총 5차례의 자본확충을 통해 총 6605억원을 확보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600억원을 조달했으며 3차례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208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모회사인 대만 푸본생명보험도 8월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3925억원 푸본현대생명에 출자했다.
그러나 대규모의 자본확충에도 푸본현대생명은 자본구조를 극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했다. 작년 말 기준 가용자본은 3514억원으로 연초 대비 3600억원 늘어났을 뿐이다.
◇실적 개선·외부 자본조달 병행 전략 올 3월 500억원의 자본확충 역시 푸본현대생명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큰 효과를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은 19%로 직전 분기 대비 오히려 5%p(포인트)가량 낮아졌다.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으로는 182.83%다.
부채 할인율 제도의 변경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건전성 감독기준 재무상태표상 순자산, 즉 자본총계가 감소한 것이 가용자본 확충 이상의 악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의 올 1분기 말 자본총계는 3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7.1%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은 1분기 말 가용자본이 2728억원, 요구자본이 1조4361억원이다. 경과조치 없이 당국 권고 기준인 150%의 지급여력을 달성하려면 현재 기준으로 가용자본이 1조9000억원가량 늘어야 한다.
그러나 푸본현대생명의 작년 실적은 1105억원의 순손실이다. 지난 5년의 순이익을 따져도 총 2933억원, 연 평균 순이익은 587억원이다. 당분간 손익개선만으로는 가용자본의 극적 증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가용자본을 늘리기 위해 자체 손익개선과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CSM(보험계약마진) 확보를 병행한다"면서도 "푸본현대생명의 경우는 안정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가용자본 요구분이 큰 만큼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 또한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푸본현대생명이 당분간 후순위채를 통한 자본 조달을 최우선 옵션으로 고려할 공산이 크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후순위채보다 이자율이 높은 만큼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우며 유상증자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꺼낸 카드라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