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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품 오너의 빈번한 자사주 거래 '주주요구·환원정책'

최근 1년여간 114차례 매입, 총 45억 투입…경영사임 후 더 늘어난 지분율

김형석 기자  2024-07-09 07:06:41
이윤우 대한약품 회장이 최근 1년간 110여차례나 지분 매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20여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온 상황에서 이뤄진 지분매입이라는 점에 눈길을 끈다. 실적 대비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는 노력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영승계 시점, 오히려 공고해진 부친 지분율

대한약품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대표직에서 사임한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대한약품 주식 16만3174주를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입금액은 44억9081만원, 거래 횟수는 114차례에 달한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거래는 지난해 11월15일, 12월7일에 이뤄졌다. 이 회장은 시간외 매매로 이뤄진 두 거래에서 총 12만주를 인수했다. 총 거래액은 32억8700만원이다.


나머지 112차례의 거래는 모두 장내서 진행됐다. 거래주식은 최소 4주에서 최대 1400주 수준으로 나타났다. 매주 평균 1~2차례는 주식거래를 한 셈이다.

이러한 거래로 이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20.83%에서 23.79%로 확대됐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오히려 지분이 2.96%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반면 현재 대표이사이자 후계자인 이승영 대표의 지분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지난해 4월 대표 선임 이후 그가 추가로 확보한 주식은 3447주, 0.06%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의 장남이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1년 대한약품에 입사한 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후 2017년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뒤 2020년 부사장, 2023년 4월에는 대표직에 올랐다.

경영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퇴임한 부친의 공격적인 지분 매입은 꽤 이례적이다. 이 대표가 안정적으로 지분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부친의 지분 확대는 향후 증여 및 상속을 하게될 경우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4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증여 또는 상속세율이 4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이 대표가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선 16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설 정도로 대한약품의 경영권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다. 이 회장과 이 대표를 포함해 오너 일가와 임원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38.70%다.

특수관계자 외 지분을 보유한 곳은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다. 두 회사가 보유한 대한약품 지분은 각각 9.0%와 4.97%였다. 이들 투자회사의 지분 참여 목적은 단순 투자다.

◇저평가된 주가, 일부 주주들의 매입 요구 "오버행 우려"

대한약품은 이 회장의 잇따른 지분 매입에 대해 주가 방어 목적이 크다는 입장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차원에서 오너가 직접 나섰다는 의미다.


대한약품은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평가된다.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기초의약품인 수액제와 앰플제, 영양수액제 등을 주로 생산해 판매하는 중견 제약사다.

실적은 꽤 안정적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59억원, 358억원이다. 영업익률은 18.27%에 달한다. 업계 평균이 6~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익성이다. 올해 1분기 역시 101억원의 영업이익과 20.6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8일 종가 기준 대한약품의 주가는 2만8250원이다. 시가총액은 1695억원, 주가순자산비율은 0.66배다. 매출규모가 비슷한 삼천당제약의 시가총액이 4조5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한약품은 대표적인 저평가 주다.

대한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일부기관이 보유한 물량을 매입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2% 수준인 해당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 하락 영향이 있어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주식을 매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머지 주식 매입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지속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펴겠다는 오너 일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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