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등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천당제약이 차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차입금 규모가 700억원대로 설립 이래 역대 최대치다. 2020년 200억원대에 불과하던 차입금이 늘어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및 케이캡 제네릭 개발 등 신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필요한 자금을 차입으로 끌어쓰는 분위기다. 2년연속 적자를 견디며 고갈된 곳간을 채우는 차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억 신규대출, 1%대→4%대 대폭 인상…2018년부터 차입 확대 삼천당제약의 차입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740억원이다. 전년도 513억원과 비교해 233억원 늘었다. 단기차입이 늘어난 건 1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장기차입금이 400억원대로 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동성 장기부채 200억원이 장기차입금으로 대체됐다. 만기가 도래한데 따라 연장이 진행된 결과다. 대신 이자율이 1.68%에서 4.86%로 두배이상 확대됐다. 신규로 200억원의 추가대출을 받기도 했다. 기존 차입처인 산업은행을 활용했고 이자율은 3.08%다. 이들 장기차입금 만기는 모두 2024년이다.
삼천당제약의 차입금이 700억원대로 치솟은 건 설립 이래 처음이다. 100억원 안팎에서 관리되던 차입금이 2018년부터 200억원대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당시 줄곧 100억원대에서 유지되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차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삼천당제약의 차입은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2020년, 2021년 2년 연속 적자 실적을 기록하면서 차입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유인이 발생했다. 당시 영업활동으로 120억원대 순유출이 발생했다. 벌어들인 현금은 없고 영업상 필요비용의 지출만 있었던 셈이다. 2021년에는 3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됐지만 100억원대를 기록하던 예년수준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매출 1282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60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는 131억원이 유입됐다.
◇SCD411 사업화 '사활', HK이노엔 '케이캡' 최초 제네릭 개발 추진 실적 및 현금흐름 개선에도 차입이 늘어난 건 삼천당제약이 추진하는 신사업 때문이다. 작년 투자활동 현금흐름으로 377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 중 대부분인 300억원이 무형자산 증가에서 비롯됐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SCD411'에 대한 개발비가 자산화 된 결과다.
SCD411은 습성황반변성 치료를 위한 바이오시밀러 프로젝트로 올해 임상3상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수령했다. 2024년 허가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제품화 과정에 돌입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SCD411는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다. 올해 6월 미국, 2025년 5월 유럽에서 물질 특허가 종료된다.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2019년 일본지역 판권을 센주파마슈티컬(Senju Pharmaceutical)에 기술이전 했다.
최근에는 유럽 제약사와 계약금 및 마일스톤으로 5000만유로 규모의 바인딩 텀 시트(Binding Term Sheet)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10년간 유럽 15개국 판매로 발생하는 순매출의 50%를 삼천당제약에 지급하게 된다.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파트너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판권 계약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데 따라 제품화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천당제약은 '생산단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생산은 해외 CMO(위탁생산)를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생산단가를 어떻게 낮출 지는 불투명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삼천당제약은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정'의 제네릭 시장에도 뛰어든다. 동등성 입증을 하는 임상에 돌입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환자모집에 들어가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해본적 없던 삼천당제약이 블록버스터급의 제품을 개발해 낸다는 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대형 바이오시밀러 사업자인 셀트리온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신사업에 적극 뛰어들기 위해 과감한 R&D 투자가 차입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삼천당제약은 주로 항생제, 순환기질환치료제, 소화기질환치료제 및 안약류 등 처방위주의 전문의약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데 주력해 왔다. 향후 신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으로 차입 및 이자를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임상비용 및 점안제 신규 3라인 구축을 위해 차입을 끌어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