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와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 개량신약. 삼천당제약이 공들이고 있는 두 핵심 물질로 연구개발 성과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자사주 처분으로 상용화에 필요한 600억원대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 무려 17년 전 매입한 자사주를 처분한다는 점에 주목된다. 그만큼 이번 신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최근 주가가 오르며 충분한 차익 실현이 가능해진 점도 의사결정에 힘을 실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일리아 고용량 바이오시밀러, GLP-1 치료제 글로벌 임상 재원 마련 삼천당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609억원 규모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처분 예정 주식수는 50만주로 주당 12만1800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다. 처분예정기간은 6월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다.
17년 전 취득했던 자사주 70만주 중 50만주를 처분한다는 점에 주목된다. 그동안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등 메자닌이나 외부 차입을 활용해 왔으나 자사주 처분을 통해 조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자금 마련이 시급했다는 의미다. 삼천당제약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구체적으로는 아일리아 고용량 바이오시밀러 및 경구용 GLP-1 글로벌 임상 비용, 생산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삼천당제약의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516억원으로 추가 차입에 부담이 따르는 상황이다. 이에 자사주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SCD411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 5월 미국 FDA 임상 3상 승인 후 2022년 3분기 경 임상이 완료됐다. 글로벌 품목허가와 상용화를 진행 중으로 3월에는 유럽 파트너사와 독점 판매 공급계약을 맺었다.
차별화된 자체 개발 제형기술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아일리아 시밀러 경쟁자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저용량 제품 개발에 이어 후속 제품 준비에도 나선다. 자사주 처분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고용량 제품 임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핵심 파이프라인은 GLP-1 유사체 계열 당뇨치료제 SCD0506이다. 주사제를 경구제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 S-Pass를 활용해 경구용 개량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GLP-1은 호르몬의 일종으로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며 글루카곤 분비를 감소시킨다. 이를 토대로 최근에는 비만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17일에는 SCD0506의 CRO 임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본임상을 마치고 글로벌 품목허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3분기부터 제품 생산에 앞서 설비 확보에 나선다.
◇17년 동안 주가 42배 상승, 600억대 현금 확보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2년전만 해도 2만원대를 횡보했다. 그러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임상 완료와 경구용 GLP-1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며 꾸준히 주가가 올랐다. 19일 기준 종가는 16만3800원으로 시가총액 3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주가 동향도 자사주 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단돈 20억원에 취득한 자사주 70만주 중 50만주를 매도해 약 595억원의 차익을 실현할 계획이다. 당시 주당 평균 2840원에 취득한 물량으로 17년 새 주가가 42배 넘게 뛰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이 블록딜로 처분하는 물량은 전체발행주식수의 5.7%로 적잖은 규모다. 대량 매도로 유통주식수가 늘고 해당 물량이 시장에 출회하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주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