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이 2년 6개월 전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해당 CB는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 수익률이 모두 0%인 이른바 '빵빵 채권'으로 오로지 시세차익으로만 수익을 챙겨야 했던 상품이다. 올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로 주가가 급증하자 CB의 90%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다만 올해 약 58만주가 시장에 풀린데다 최근 주가부양의 원동력이 됐던 이슈가 모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 많아진 상황은 우려로 꼽힌다.
◇300억 규모 CB, 세 차례 하향리픽싱으로 전환가액 4만3514원 최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사모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발행된 삼천당제약 신주 32만1735주가 20일 상장했다. 140억원어치 규모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31일 무기명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주목할 부분은 전환가액이다. CB 발행 당시 최저로 설정했던 4만3514원에 신주가 발행됐다. 이는 19일 종가(9만3200원) 기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물량이 대거 풀린 20일 9만2100원으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2021년 2월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설비 투자와 임상 비용으로 각각 100억원, 150억원을 쓰고 운영자금으로 50억원을 쓰겠다는 목적이었다. 당시 회사는 정관 개정을 통해 100억원대 이상의 CB를 처음으로 발행했다.
눈에 띄는 점은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 수익률이 모두 0%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이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만기까지 CB를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2022년 2월 26일부터 2024년 1월 26일 내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높은 시점에 청구권을 행사해 시세 차익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풋옵션 조항도 들어가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리란 확신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스더블유에스 신기술조합(220억원), 한국투자증권(50억원), NH투자증권(20억원), KB증권(10억원)이 참여했다. 에스더블유에스 신기술조합은 신한캐피탈, 삼성증권, IBK캐피탈,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투자해 만든 조합이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6만2163원이었다. CB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 전일로부터 소급한 1개월·1주일 가중산순평균주가 등 중에서 높은 가액으로 결정된 금액이다.
공교롭게도 CB 발행 이후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며 총 세 번의 리픽싱이 이뤄졌다. 2021년 5월 5만8625원에서 2022년 2월 4만3514원까지 떨어졌다. 발행 시 산정한 최저 조정가액까지 내려온 것이다.
CB 발행 후 1년간 삼천당제약 주가는 6만원대 후반에서 연말 3만원대 중반까지 3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리픽싱의 근거가 됐다. 2022년 10월에는 3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다만 이미 전환가액이 최저에 다다른 상태여서 추가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주가 급등에 수익 극대화 가능…주가상승 재료는 지지부진
삼천당제약 주가가 크게 반등하기 시작한 건 작년 연말부터다. 회사가 개발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안 질환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삼천당제약의 첫 바이오시밀러 상업화 시도다. 아일리아는 황반변성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글로벌 연매출 규모가 12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유럽 현지 제약사와 시밀러 유통을 위한 '바인딩 텀싯(Binding term sheet)'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4만원대 중반을 기록했다. 이후 소폭의 등락이 있었지만 시밀러 3상에서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했다는 뉴스로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이 외에도 중국 제약사와 먹는 인슐린 공동 개발에 관한 계약 협의도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됐다.
올초 4만원대 중반이었던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한때 최고가가 10만7300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2.5배 상승한 금액이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최근 8만원대 후반~9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300억원 CB의 90%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된 배경이다. 지난 3월 세 차례의 청구권 행사로 총 170억원 어치의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됐다. 삼천당제약 주가가 6만원을 넘기던 시점이다. 전환가액을 고려하면 총 25만2791주가 발행됐다.
이어 주가가 9만원을 향해가던 8월 31일, 또 한 번의 대량 전환이 이뤄졌다. 140억원 규모의 CB에 대해 청구권이 행사됐다. 총 32만1735주다. 이로써 30억원 정도의 CB만 남게 됐다.
20일 시가 9만3200원을 기준으로 모든 물량을 매도했다고 가정했을 때 기관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은 16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발행된 주식을 포함하면 약 28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CB 행사로 주식으로 전환된 물량은 발행 전체 주식 수의 2.5% 정도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이 그리 높지 않지만, 주가부양의 원동력이 된 시밀러 이슈가 지지부진한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2월 체결키로 했던 유럽 현지 제약사와의 본계약은 심사 지연으로 세 차례 미뤄졌다. 첫 공시 이후 1년 가까이 체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7월 재공시를 통해 생산 사이트에 대한 현장 실사가 남아있어 계약 체결 기간을 10월 3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아일리아 시밀러 3상 임상이 나온 지 반년이 지났는데 허가 신청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2021년부터 제기된 먹는 인슐린 중국 공동 개발 건도 2년 넘게 계약이 확정된 부분이 없다. 삼천당제약은 13번의 해명공시를 내며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초창기 체결됐던 바인딩 텀싯 계약도 최근 공시에선 '생략'을 이유로 사라졌다. 가장 최근의 입장은 지난 7월 28일 공시된 해명으로 회사는 "중국 파트너사와 경구용 인슐린 개발 및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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