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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진화의 성장통

SK, '투자센터' 앞세운 신성장회사 직접투자 명암

⑥신성장회사 지분투자와 투자전문가 양성…컨트롤타워 역할에는 아쉬움

이민호 기자  2024-06-27 15:37:28

편집자주

SK그룹이 체질 변화를 선언했다. 배터리 사업 육성과 환경, 소재, 수소 등 신사업 발굴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자금 유출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결과다. 리밸런싱 선언을 SK그룹의 '후퇴'라고 볼 수는 없다.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한 일시적인 진통에 가깝다. THE CFO는 SK그룹의 성장 전략과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점검한다. 나아가 2024년 현재 SK그룹이 직면한 리스크의 실체와 크기를 객관적으로 진단한다.
SK그룹 지주사 SK는 4개 투자센터를 설치하고 신성장회사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의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그룹 신성장동력을 직접 확보하고 그룹 내 투자전문가를 양성하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의 컨트롤타워 역할에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SK 지주사-자회사간 중복투자의 주요 요인이 됐으며 지주사 실적이 투자지분 변동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투자센터' 앞세운 투자형 지주회사 표방…투자전문가 양성 근원

지주사 SK에는 '투자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투자형 지주회사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이 SK에서 독립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투자센터다. 투자센터는 △첨단소재(반도체 소재·배터리 소재·EV SCM) △그린(전기화·청정연료·폐기물) △바이오(CDMO·제약) △디지털(EV 충전·자율주행·AI) 등 4개로 편제돼있다. 모두 SK그룹이 중점으로 두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출처: SK 홈페이지 캡처

SK는 투자센터를 앞세워 자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신성장회사 지분 직접투자와 펀드 간접투자가 모두 포함된다. 2020년 미국 배터리 음극소재 회사 그룹포틴테크놀로지(Group14 Technologies), 2022년 미국 탈탄소화 회사 에잇리버스(8 Rivers), 벨기에 신재생에너지 공급회사 에너지솔루션그룹(Energy Solution Group), 미국 탄소포집 회사 아이온클린에너지(ION Clean Energy), 지난해 미국 탄소배출 데이터관리 회사 글래스돔(Glassdome) 등이 대표적이다.

지주사인 SK가 신성장동력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현금여력이 있다. SK는 C&C와 머티리얼즈 사내독립기업(CIC)를 통해 자체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SK텔레콤과 SK E&S 등 자회사로부터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하고 있는 덕분이다. 현금창출력의 근간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별도 기준으로 2022년 1조2400억원, 지난해 1조6821억원이었다.

SK 투자센터는 SK그룹 투자전문가 양성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각 투자센터 센터장이 자회사 주요 임원에 선임되는 사례가 잦았다. 올해 유경상 SK 디지털 투자센터장이 SK텔레콤 Strategy&Development 담당(CSO)에, 김양택 SK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이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각각 선임됐다. 앞서 2022년 신정호 SK 디지털 투자센터장이 SK시그넷 대표이사에, 2021년에는 추형욱 SK 투자1센터장이 SK E&S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선임되기도 했다.

◇그룹 투자 컨트롤타워 역할 아쉬움…지분가치 변동에 실적 노출 부작용

SK 투자센터는 자체 투자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룹 차원에서의 신성장회사 투자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각 자회사가 뚜렷한 신성장분야에 대한 구분 없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중복 투자 문제가 불거진 데도 이런 이유가 한몫했다.

배터리 소재 동박 사업에서 SK의 중국 왓슨 지분 투자와 SKC의 SK넥실리스 지분 인수가 겹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룹 내 전기차 충전사업을 하는 곳만 SK 자회사 SK시그넷, SK네트웍스 자회사 SK일렉링크, SK E&S 미국 자회사 에버차지,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 등 4곳에 이르게 된 사례도 있다.


지주사가 신성장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다보니 신성장회사 지분가치 등락에 지주사 실적이 노출되는 문제도 있다. SK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3630억원으로 2020년 1조7160억원 이래로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 수소회사 플러그파워(Plug Power) 주가 하락 등 이유로 종속·관계기업 투자지분에서 손상차손이 인식된 탓이다. 당기순이익은 자본총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재무건전성으로 연결된다.

과거 투자한 일부 해외기업 지분에서의 성과도 우수한 편은 아니다. SK 연결 기준으로 잡히는 베트남 빈그룹(Vingroup Joint Stock Company) 지분 6.1%에서는 2022년 3207억원, 지난해 1531억원 등 최근 수년간 손상차손이 인식됐다. 해당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는 2019년 취득원가 1조1654억원에서 지난해말 5492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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