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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가 설계한 최적 '자본 배분'

김형락 기자  2024-06-24 08:06:37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자회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투자를 두 건 집행했다. 부동산 공매에 응찰해 투자부동산(834억원)을 취득하고 승강기 설치·보수업을 영위하는 튀르키예 종속기업에 563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임대 수익과 종속기업 수익성 개선을 노린 투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충주 신공장 건설 투자를 끝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마무리했다.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부터 4000억원 선을 웃돈다. 오는 8월에는 과거 SK하이닉스로 매각한 옛 이천 본사 매각대금 잔금도 들어온다. 유동성과 잉여현금흐름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재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매입한 투자부동산은 자회사 현대아산이 시공한 자동차 매매 시설인 '천안오토아레나'다. 열한 차례 유찰된 천안오토아레나를 감정평가액(1608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받았다. 매각하기 전까지 투자 성과는 임대 수익으로 보고된다.

튀르키예 법인은 현지 금융시장 불안에 대처할 자금이 필요했다. 튀르키예 기준금리는 50%다. 지난 4월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기존 45%였던 기준금리를 5%포인트(p) 더 올렸다. 75%에 이르는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는 8.5%였다.

기준금리는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집권한 기간(21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년간 고물가에도 금리를 인하하는 비정통적 경제 정책을 폈다. 이자받는 걸 죄악시하는 이슬람 교리를 따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뒤 인플레이션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저금리 정책을 폐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튀르키예 법인도 고금리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386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76억원 늘어난 95억원을 기록했다. 현지 승강기 시장 2위 업체로 2022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순이익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튀르키예 법인 자본총계는 마이너스(-)393억원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튀르키예 법인 자본잠식 해소와 함께 금융비용 절감을 염두에 두고 출자를 결정했다. 튀르키예 법인은 증자대금 중 71%(400억원)를 채무 상환 자금으로 쓴다. 나머지(165억원)는 운영자금이다. 출자는 내후년 6월까지 분할해서 진행한다.

튀르키예 법인은 고금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순손실 흐름을 끊어낼 기회를 잡았다. 남은 건 현대엘리베이터가 튀르키예 법인으로 집행한 출자가 '최적의 자본 배분'이었다는 걸 수익성으로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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