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SK온 자금 조달이다. SK온이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액만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포드와 합작한 미국 블루오벌SK 등에서 연초부터 유상증자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SK→SK이노베이션→SK온'의 지배구조에서 SK도 SK온 자금조달 부담을 직접적으로 진다. SK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1조1433억원 유상증자에 3939억원을 책임진 전례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앞서 1월 SK온 유상증자에 2조원을 출자한 직후의 일이다.
SK온 자금 소요에 대응하려면 SK도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SK E&S의 존재는 축복이다. SK E&S는 부산도시가스 등 도시가스 공급 자회사와 파주에너지서비스 등 천연가스 발전 자회사로부터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SK 지분율이 90%에 달한다. 배당수익원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는 대목이다.
SK E&S는 SK에 배당금으로만 2022년 2610억원, 지난해 4816억원, 올해 1분기 3486억원을 지급했다. SK 자회사 중 최상위 기여도다. 하지만 동시에 SK E&S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액이 2022년 1조5109억원, 지난해 9559억원, 올해 1분기 1676억원이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중 미국 자회사 SK E&S 아메리카에 대한 합산 출자액이 1조2538억원이었다. SK E&S 아메리카는 이 돈을 그리드솔루션 회사 KCE, 전기차 충전회사 에버차지, 수소에너지 회사 플러그파워 등 미국회사 지분 취득에 썼다.
신사업 발굴은 기업의 숙명이다. SK E&S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SK 투자1센터장 출신 CEO를 앞세워 미국 신성장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SK온을 살려야 하는 이례적인 국면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SK E&S에 대한 FI 지분을 고려하더라도 지분율 측면에서 SK와 SK E&S는 한몸으로 봐도 무방하다. SK가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를 설치하고 자체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SK E&S마저 동일한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SK 각 자회사의 중복투자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만큼 SK온 자금 소요 문제가 잦아들 때까지만이라도 SK E&S를 이 경쟁에서 자유롭게 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대신 SK에 대한 배당수익원으로서의 역할을 더 강조하면 된다. SK E&S CEO와 CFO를 평가하는 잣대도 달라져야 한다. 어떤 신성장 기업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보다 SK에 충분한 배당을 안정적으로 공급했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지면 된다. 지금은 한 계열사의 재무전략보다 그룹의 재무전략이 더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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