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국내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들의 재무 기사를 써온 결과 재무적 결함이 가장 많아보이는 곳으로 어쩔 수 없이 SK온을 꼽을 수밖에 없다. 연결 자산 약 36조원 중 절반인 18조원이 차입금이다. 올해 1분기도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후발 주자인 탓에 단기간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지만 사업에서 돈을 못 벌었고 심지어 엄청 까먹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내 피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조원대 영업이익을 냈고 삼성SDI는 현금흐름 만큼의 투자로 재무 리스크가 비교적 적었던 터라 더욱 비교가 됐다.
타이밍이 애꿎었다. 물적분할과 기업공개(IPO)를 해야 할 타이밍에 LG와의 분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했다.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할 시기에 금리 인상기가 찾아왔다. 수조원의 조달을 마치고 나니 때 아닌 '캐즘'이 찾아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 있는 것처럼 거론되나 긍정적인 요소를 조명해보고 싶다. 우선 IPO라는 큰 요소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IPO로 자본으로만 10조원을 조달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유형자산(약 11조원)보다 현재 SK온의 유형자산(24조원)이 더 많다. 수익가치도 고려해야 하지만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SK온의 기업가치(EV)는 IPO 당시 LG에너지솔루션 대비 더 높게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
캐즘이 지금 찾아온 것도 오히려 다행일 지도 모른다. IPO 시점에 캐즘이 찾아왔다면 셈법이 더 복잡하다. 전기차 수요가 잠시 줄어들지언정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글로벌 추세는 거스를 수 없다. 배터리 3사가 악조건 속에서도 필요한 투자는 진행한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SDI는 오히려 올해부터 투자를 늘린다고 한다.
금리인하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SK온의 IPO 시점이 금리인하 시기와 맞물리면 시장내 유동성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자본확충 시기에 시장 환경이 양호하고 결과마저 좋다면 현재의 재무구조를 단번에 확 바꿀 수도 있다.
더불어 SK온은 SK그룹 계열사다. SK이노베이션 산하의 자회사 중 하나로 주변에 자금줄이 많다. 물론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재무적인 상황만 본다면 SK온의 IPO까지 시간을 벌어줄 후보들이 많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인천석유화학 유동화설, SK엔무브와의 합병설 등이 들려오는 배경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창출이다. 캐즘을 딛고 영업이익 혹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흑자를 내야 한다. 이 와중에 SK온의 모든 사업장에서 수율이 90%대 중반으로 상승했다는 좋은 소식도 들린다. IPO 시점에 자산가치와 더불어 수익가치까지 인정받는 SK온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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