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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알짜' 정석기업, 한진그룹 비장의 무기로 불리는 이유는

⑧보유 부동산 가치만 1조↑ 거론…매년 100억 이상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

박기수 기자  2024-06-04 14:08: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한진그룹의 부동산 관리 법인 정석기업이 매년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이어가고 있다. 비상장기업인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의 주요 건물과 토지 자산을 보유한 '알짜' 회사로 불린다. 재무제표상 드러난 숫자 외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상당하다.

정석기업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빌딩 본관과 신관을 비롯해 인천 소재 정석빌딩 본관과 신관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과 건물관리 및 용억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석기업은 매년 100억원대 후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는 등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과 작년 EBITDA는 각각 169억원, 181억원이었다.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정석기업은 우수한 재무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정석기업의 자본총계와 부채총계는 2252억원, 47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1%에 불과하다.


정석기업의 작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2753억원으로 대부분 투자부동산으로 이뤄져 있다. 투자부동산의 장부가액은 2203억원이다. 이중 토지가 1722억원, 건물이 481억원이다.

다만 이 금액이 실제 자산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석기업의 내부 회계기준 상 투자부동산의 장부가액은 취득원가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K-IFRS를 도입한 후 정석기업은 2020년 말 기준 투자부동산의 공정가치를 외부감정평가법인에 의해 평가받고 공시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토지와 건물의 공정가치액은 각각 4461억원, 600억원으로 장부가액을 훨씬 상회한다.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 합은 2203억원, 공정가액은 5062억원이다.

만약 이런 자산들이 정석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직접 쓰는 '유형자산'이었다면 재평가 후 자본 전입을 통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정석기업은 보유 부동산을 자가사용이 아닌 임대에 쓰고 있고 원가 모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가치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심지어 건물의 공정가치는 실제 시장가격과 괴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말 감정평가 당시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기준법과 거래사례 비교법, 수익 환원법을 적용했다. 다만 건물의 경우 원가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건물을 그대로 지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공정가치로 산정했다는 뜻이다. 건물에 대한 공정가치 600억원은 구조와 이용 상태, 면적, 내구연한, 유용성 및 관리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물을 다시 짓는데 소요되는 조달 원가를 구한 뒤 감가상각비를 적용한 값이다.

△서울 소재 한진빌딩 전경 (출처: 한진칼 홈페이지)

다만 서울 중심권역(CBD)에 위치한 한진빌딩 두 채와 인천의 정석빌딩의 가치가 고작 600억원에 그칠까. 서울 한진빌딩 인근에 있는 서울N스퀘어가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데 평당 가치로 약 3500만원이 거론된다. 한진빌딩 본관과 신관의 연면적에 적용하면 약 7500억원의 가치가 나온다. 인천에 있는 정석빌딩 건물 가치를 고려할 때 정석기업이 보유한 건물 가치만 약 1조원이 나온다는 업계 추측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석기업이 한진그룹의 '비장의 무기'로 불리는 이유다.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을 때 부동산 유동화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대기업 케이스들이 상당하다. 한진그룹 역시 유사 시 유동화에 나설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알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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