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한진그룹의 호텔업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가 영업 환경 개선세 속에 재무 개선에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매년 유형자산 재평가를 통해 회계적으로 자본을 확충함과 동시에 매각 대상 자산으로 분류된 '제주KAL호텔'도 실제 매각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랐다. 칼호텔네트워크는 보유 차입금이 많아 매년 대규모 이자비용을 감내하고 있어 재무 개선이 필수적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칼호텔네트워크는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991억원, 7억원을 기록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그랜드하얏트인천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등 국내 다수의 호텔을 보유 중이었다. 그러다 제주KAL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2022년 4월 30일에 영업을 정지하고 현재 두 곳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칼호텔네트워크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던 2010년대 후반부터 칼호텔네트워크의 영업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영업손실은 238억원, 165억원이었다. 2022년에도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뤄냈으나 이전처럼 대규모 순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칼호텔네트워크의 작년 순손실을 178억원으로 2022년 172억원 대비 오히려 늘었다. 2020년대 이후 칼호텔네트워크의 누적 순손실은 약 940억원이다.
순손실 발생은 대규모 이자비용 탓이다. 칼호텔네트워크의 자산총액은 작년 말 기준 약 5205억원, 이중 절반 이상인 2666억원이 차입금이다. 이중 500억원은 모회사 한진칼로부터 6.05~6.5%의 이자율로 단기차입하고 있다.
약 2000억원은 산업은행 외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장기차입금이다. 이 장기차입금이 한진그룹 차원의 리스크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이 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한진칼이 자금보충약정을 맺어줬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한진칼이 자금을 보충해줘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자금 소요가 많은 한진그룹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다.
작년 총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약 180억원으로 영업이익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2022년에도 127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재무개선을 위해 제주KAL호텔 매각 등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시도가 있었으나 2022년 8월 매수 측이 의사를 접으면서 무산됐다. 당시 제주드림PFV가 9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없던 일이 됐다.
다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KAL호텔의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JDC가 칼호텔네트워크 측에 매수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외 칼호텔네트워크는 보유 토지를 재평가하면서 재무구조를 다지고 있다. 땅 값이 비싸질 경우 재평가를 통해 자산과 자본을 추가로 확충할 수 있다. 토지 자산에는 감가상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순손익 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칼호텔네트워크의 작년 말 토지 자산의 장부가액은 2038억원이다. 만약 토지 재평가모형을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 장부가액은 1008억원으로 재평가 이후와 약 두 배 차이가 난다. 재평가를 통해 자산과 잉여금을 확충하면서 최대한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모습이다.
고무적인 점은 영업이익 개선과 함께 현금창출력도 일부 회복했다는 점이다. 칼호텔네트워크의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7억원으로 2022년(47억원)에 비해 약 3.3배 증가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EBITDA로 각각 -105억원, -2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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