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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원전·수소 다 모인 ㈜두산 '어게인 2007'

올들어 120% 상승…자체 사업 기대감에 계열사도 선전

조은아 기자  2024-05-30 13:40:4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두산 주가가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몇 년 전 말그대로 가시밭길을 걸었습니다.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휘청이다 빠져나온지 그래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두산은 지주사입니다. 자체 사업을 하고있긴 하지만 그리 비중이 크지 않죠.

지주사인 만큼 주가 변동폭 역시 크지 않았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로보틱스 등이 주요 계열사로 꼽히는데 모두 상장사입니다. 이들 회사들의 사업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주사까지 그 수혜를 누리긴 쉽지 않았다는 의미죠.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낸 최근의 상승세는 단연 눈에 띕니다. ㈜두산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20% 가까이 뛰었습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9만원대에 머물렀는데 5월 한때 20만원도 훌쩍 넘겼습니다. 급작스럽게 오른 만큼 최근엔 상승분을 어느 정도 반납했지만 그럼에도 그룹의 다른 계열사는 물론 지주사들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상당합니다.

㈜두산 주가가 지금과 같이 활기찬 분위기를 보인 건 2007년 이후 무려 14년 만입니다. 2007년을 5만원대로 시작했던 ㈜두산은 같은해 11월 29만원대까지 치솟으며 30만원을 목전에 뒀습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법평가이익 증가와 유휴자산 처분이익 등이 주가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나 '1년천하'에 그쳤습니다. 이후 오랜 기간을 10만원대 아래 머물러야 했습니다.


◇Industry & Event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은 다양합니다. 우선 계열사들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두산의 연결기준 매출은 19조원을 넘겼습니다. 역대 최대입니다. ㈜두산이 최근 몇 년의 구조조정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등 일부 계열사를 처분해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현재 그룹에서 효자를 꼽자면 두산밥캣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산밥캣은 사실상 그룹 부활을 이끈 일등공신입니다.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인데 최근엔 2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실적까지 냈습니다.

다만 두산밥캣의 선전이 ㈜두산 입장에서 새로울 게 없는 만큼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며칠의 급등은 일단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약 50조원 규모 SMR(소형 모듈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날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16.65%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7월 30조원 규모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전 승자가 가려질 예정인 점도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두산은 이밖에도 수소와 인공지능(AI) 등 앞으로 '핫'해질 일만 남은 포트폴리오도 갖추고 있습니다.

수소가 새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은 것 자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전력 공급 대안으로도 지목되는 등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죠. 두산퓨얼셀은 수소를 이용한 발전용 연료전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자체 사업 역시 크게 한몫했습니다. ㈜두산의 전자BG(비지니스그룹)가 올해 하반기부터 엔비디아에 AI 서버향 동박적층판(CCL) 납품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두산의 외형 확대 및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됐습니다.


◇Market View

시장의 평가 역시 긍정적입니다. 사실 ㈜두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식 시장에서 그리 주목받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증권가 리포트 역시 많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을 때 나온 리포트의 제목이 눈에 띕니다.

당시 DS투자증권은 '집 나간 자식도 자식이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습니다. 당시엔 조금 부정적으로 쓰였지만 반 년이 조금 넘은 지금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 덕분에 ㈜두산 주가가 오른 건 확실하기 때문이죠.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올해 4월 이후 나온 리포트를 살펴보겠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로보틱스 등이 모두 상장사인 만큼 리포트 역시 계열사보다는 자체 사업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4월 초부터 5월 말부터 3개의 리포트를 내며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9만원, 그리고 다시 25만원으로 2배 가까이 상향 조정했습니다. 주요 근거는 전자BG의 실적 개선입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반도체용 CCL 매출 증가 등이 반영돼 자체 사업의 이익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죠.

가장 최근 내놓은 리포트의 제목은 'N사 업고 튀어!!!'입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얘기죠.

◇Keyman & Comments

㈜두산 주가가 오른 건 한 계열사, 한 사업, 한 명의 영향은 결코 아닙니다. 건설기계, 원전, 반도체, 수소, AI 등 그룹이 구축한 포트폴리오가 때마침 시기를 잘 만난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키맨으로는 그룹을 이끄는 박정원 회장을 빼놓을 수 없죠. 박 회장은 다소 조용해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남다른 추진력과 결단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두산그룹이 거친 과정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두산그룹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공식 졸업했습니다. 1년 11개월 만으로 역대 최단기간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 ㈜두산은 지주부문 파이낸스총괄 CFO(Chief Financial Officer)를 맡고 있는 김민철 사장과 사업부문 CBO(Chief Business Officer)를 맡고 있는 문홍성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민철 사장이 재무 전문가로서 그룹 전반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하고 있다면 문홍성 사장은 전자BG를 비롯해 자체 사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24년 5월 15일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그룹>

더벨은 IR 담당자에게 최근 이어진 주가 상승에 대한 의견과 향후 계획을 물었습니다. 내부의 진단 역시 외부의 시선과 비슷했습니다.

㈜두산 IR 관계자는 "전자BG는 반도체용, 스마트폰용, 데이터센터용 등 하이엔드 CCL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며 "최근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AI 관련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계열사 역시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 원전 및 SMR 수주 기대감, 두산밥캣의 안정적인 성장세 지속, 두산퓨얼셀의 수소 사업 관련 기대감 등으로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최근 증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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