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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트벤처(JV)는 치밀한 경영전략의 산물이다. 기업은 원·부자재 매입처와 완성품 매출처 확보, 기술협력, 신사업 개척과 신규시장 진출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추가 투입하거나 배당 수취와 유상감자, 지분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자금의 이동도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THE CFO가 주요 조인트벤처의 그룹 내 역할, 출자·회수 경과, 지배구조를 살펴본다.
SK그룹은 SK트리켐을 조인트벤처(JV)로 출범시키면서 SK하이닉스에 반도체용 전구체(프리커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내재화했다. SK트리켐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사실상 전부를 모회사인 SK에 배당하면서 눈에 띄는 배당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SK트리켐은 2016년 7월 옛 SK머티리얼즈가 프리커서 제조를 위해 일본 트리케미컬(Trichem chemical laboratories)과 손잡고 출범시킨 조인트벤처다. 프리커서는 반도체 회로 위에 재료가 되는 여러 화합물이 균일하게 증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재로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된다.
SK머티리얼즈의 전신은 SK가 2016년 2월 OCI로부터 경영권 지분 49.1%를 4703억원에 인수한 OCI머티리얼즈다. SK그룹은 SK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공급할 반도체 소재사업을 강화하고자 했다.
SK머티리얼즈 인수 직후 SKC 자회사였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옛 SKC에어가스)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반도체용 세정가스와 특수가스에 대한 시설증설을 결정했다. 일본 레조낙(옛 쇼와덴코)과 합작해 반도체용 식각가스를 생산하는 SK레조낙(옛 SK쇼와덴코)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SK머티리얼즈는 65억원을 출자해 SK트리켐 지분 65%를 확보했다. 이어 이듬해인 2017년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98억원을 출자해 합산 출자액은 163억원이다. 트리케미컬 출자분(88억원)을 합쳐 SK트리켐 자본금은 250억원이 됐다. SK트리켐은 2021년 12월 한 차례 지배구조 변화를 겪었다. SK가 SK머티리얼즈 지주부문을 흡수합병하면서 SK트리켐은 SK의 자회사가 됐다. 현재 SK는 반도체 소재사업을 사내독립기업(CIC·머티리얼즈 CIC)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SK트리켐 출범으로 SK는 SK하이닉스에 프리커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먼저 SK트리켐은 합작 파트너이자 주주사인 일본 트리케미컬로부터 2022년 298억원, 지난해 119억원의 매입액을 발생시키고 있다. 전체 원재료 및 상품 매입액이 2022년 1192억원, 지난해 78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트리케미컬로부터의 매입액 비중은 2022년 25.0%, 지난해 15.3%다.
SK트리켐은 생산한 프리커서를 SK하이닉스에 납품한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액은 2022년 2197억원, 지난해 1431억원였다. 전체 매출액이 2022년 2272억원, 지난해 144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액 비중은 2022년 96.7%, 지난해 99.3%에 이르렀다.
SK는 배당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SK트리켐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SK트리켐은 설립 이후 2019년까지 배당을 실시하지 않다가 2020년부터 꾸준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18년부터 매출액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 2019년말까지 배당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이 쌓인 탓이다.
SK트리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지급한 합산 배당금은 2100억원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벌어들인 합산 당기순이익이 213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기순이익 전부를 배당한 셈이다. 하지만 배당 실시 전까지 당기순이익을 쌓아온 덕분에 지난해말 이익잉여금은 506억원으로 여유가 있다.
SK가 지분율(65%)대로 수취한 합산 배당금은 1365억원으로 2022년 715억원, 지난해 455억원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SK트리켐이 SK에 지급한 배당금은 SK E&S(4816억원),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3000억원), SK텔레콤(2180억원), SK스페셜티(1500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SKC 169억원, SK네트웍스 117억원, SK에코플랜트 9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기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