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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B운용 엿보기

SK하이닉스 적립금 공격투자…금리 인하에 '베팅'

키움운용 사모펀드 비히클 활용 SC은행 채권 400억에 인수

이돈섭 기자  2024-05-02 14:58:43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SK하이닉스가 퇴직연금 DB적립금 400억원 가량을 SC제일은행 금융채에 투자했다. SC제일은행이 발행한 SC제일은행 금융채의 연이율은 4.55% 수준.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퇴직연금 DB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투자해 운용한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시도가 SK그룹 여타 계열사로 확산할 수 있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SC제일은행의 24-04회차 금융채 대부분을 인수했다. 현대차증권이 발행을 주관한 SC제일은행의 이번 회차 금융채 규모는 400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사모펀드(키움키워드림 일반사모투자신탁 제22호) 비히클을 제공했고 SK하이닉스의 퇴직연금 주간사업자인 미래에셋생명을 포함한 복수의 사업자들이 이 펀드를 SK하이닉스에 분산 제공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SC제일은행 금융채를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재원은 퇴직연금 DB적립금이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의 DB적립금 규모는 3조6315억원. SK하이닉스는 그간 DB적립금의 99% 이상을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통해 운용해 왔지만 2022년 하반기 퇴직연금 제도 변경과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등을 두루 감안해 실적배당형 상품 투입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SC제일은행의 신용등급은 트리플 A(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만기 10년에 콜옵션을 포함한 이번 금융채 연 이자율은 4.55% 수준이다. 작년 한 해 SK하이닉스가 DB 적립금 예적금으로 굴려 수취한 이자 수익은 1794억원으로 단순계산으로 유추한 연이율은 4.9%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 측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 집행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DB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그간 AB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등을 포함해 고신용도 회사채 상품 추천을 사업자 측에 꾸준하게 문의해 검토를 진행해 왔다"며 "애시당초 더 큰 투자를 희망했지만,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만큼의 물량이 나오지 않아 투자 규모가 400억원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SK하이닉스 DB 적립금의 실적배당형 상품 투입 시도가 SK그룹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가 DB 적립금 일부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한 뒤, 그해 하반기 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가 유사 콘셉트의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로부터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내 DB적립금의 위탁 운용 계획을 주도한 곳은 재무 관련 업무에 주력하는 파이낸셜 솔루션팀이다. 파이낸셜 솔루션팀이라는 이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화두로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사한다는 취지에서 붙였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존 재무 성과뿐 아니라 그 외 시장이 매력으로 느낄만한 목표치를 선제적으로 제시,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의 DB적립금 적립비중은 약 160% 수준으로 추가 적립금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 적립비율이 100%를 충분히 넘는다면 운용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나더라도 100%를 유지할 수 있어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전환이 비교적 용이할 수 있다. 정책당국은 2022년 DB 적립비율을 100%로 상향조정하고 향후 이에 못 미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 처분을 부과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에 이어 올 들어 SK그룹 핵심 계열사가 DB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투입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실제 운용성과가 기업 부채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가 선순환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가이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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