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그룹의 캐시카우 세아상역이 2023년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현금흐름은 개선됐다. 재고자산을 1200억원 가까이 감축한 결과다. 확보한 현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그룹 계열사 지원에 사용했다. 다만 운전자본 조정에 의한 현금증감은 일시적 현상인 만큼 세아상역은 추후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아상역의 2023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219억원, 622억원이다. 각각 직전연도 대비 22%, 65%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504억원으로 직전연도(1706억원)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둔화로 인해 의류 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 속 세아상역도 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다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2023년 세아상역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53억원으로 직전연도(583억원)보다 개선됐다.
세아상역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개선된 비결은 바로 재고자산에 있다. 재고자산이 감소하며 1238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봤다. 2023년 말 기준 세아상역의 재고자산은 2674억원으로 직전연도(3916억원) 대비 31.7% 줄었다. 미국 의류 시장 부진으로 축소된 주문 물량에 맞춰 생산을 줄였고 관리를 개선한 결과다.
매입채무가 증가한 영향도 있었다. 매입채무는 지급어음과 외상매입금의 합계로 매입채무가 증가할 경우 손익계산서상에는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실제로는 현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흐름표에서는 유입으로 간주한다. 2023년 기준으로 매입채무는 96억원 늘어났다. 2022년에는 매입채무가 686억원 감소하며 해당 금액만큼 현금이 유출됐다.
세아상역은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크게 계열사 지원과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했다. 세아상역은 글로벌세아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일종의 자금줄 역할을 수행해 왔다. 계열사에 대여금을 꿔주거나 배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그룹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실제로 세아상역의 장·단기 대여금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1523억원 수준이었지만 2022년 2939억원, 2023년 3261억원으로 불어났다. 세아상역의 전체 자산에서 대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1%에서 2023년 20%로 증가했다.
배당금 지급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결산배당으로는 300억원을 지급했다. 2022년 500억원, 2021년 600억원에 비하면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수백억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세아상역은 그동안 그룹 캐시카우로서 계열사 지원을 도맡다보니 재무 부담도 덩달아 가중됐다. 2020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3792억원이었지만 2021년 5940억원, 2022년 7839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기준 100억원 수준이던 이자 비용도 2023년 479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차입금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세아상역의 2023년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891억원이었다. 차입금의 상환에 1조3137억원을 사용한 반면 신규 차입은 1조2246억원만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2023년 말 기준 세아상역의 총차입금은 7230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8.4%가량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재고자산을 축소해 현금흐름을 개선시켰지만 운전자본 조정으로 인한 효과는 일시적이다. 원활한 현금흐름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세아상역은 추후 마진이 높은 스포츠웨어 등으로 제조 품목 다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스포츠의류 전문 제조사 테그라(Tegra) 인수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아상역 관계자는 "재고자산 감소가 현금흐름 개선에 주효한 영향을 준 게 맞다"며 "향후 마진이 높은 스포츠웨어 생산과 해외 생산기지 운영 효율화 등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