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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사외이사제 돋보기

SK '거버넌스 스토리'의 진화, 사외이사 의장 체제 안착

②2018년 하이닉스 첫 도입…그룹 상장사 70%, 사외이사 의장 선임

김동현 기자  2024-05-16 15:40:04

편집자주

사외이사 제도가 국내에 들어온 지 25년이 흘렀다. 1998년 외환위기(IMF) 극복 과정에서 경영 투명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도입됐고 시간이 흘러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도 올라가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금융권의 경우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도 별도로 의무 선임해야 한다. 기업의 사외이사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비금융 사업자도 하나둘 선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더벨이 비금융사 선임 사외이사 현황을 살펴봤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선임 사외이사제를 처음 도입한 곳은 SK하이닉스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은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의무적으로 선임 사외이사를 임명해야 하지만 비금융권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2018년 사외이사의 업무 효율성·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첫 도입했다.

다만 도입 때와 달리 현재는 그 의미가 많이 약해졌다.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하며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계열사로 확대했고 SK하이닉스도 일찌감치 사외이사 가운데 의장을 선임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SK그룹 상장 계열사의 70%는 사외이사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고 있다.

◇거버넌스 스토리보다 한발 앞섰던 하이닉스

SK그룹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의미하는 '거버넌스 스토리'를 경영 화두로 던진 시점은 2021년 말이다.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끌어낼 비전과 실행 계획을 제시하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자체적인 사업 전략을 꾸려야 했다.

SK하이닉스는 거버넌스 스토리가 그룹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하기 전부터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체제를 유지했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직전까지 SK하이닉스의 이사회는 총 12명의 인원으로 꾸려졌는데 이중 67%에 해당하는 8명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2012년 SK텔레콤에 인수된 뒤에는 전체 이사회 구성원 수가 10명으로 줄면서 자연스레 사외이사 수도 줄긴 했지만 사외이사 구성 비중 자체는 60%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직은 이전과 동일하게 대표이사가 맡았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이라는 공식을 깨는 과정에서 도입한 제도가 선임 사외이사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비금융권사 중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며 사외이사로 5년째 재직하던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선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이듬해 6년 임기 만료로 최 교수가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은 뒤에는 당시 신임 사외이사였던 하영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선임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선임 사외이사는 내부 경영진과 사외이사의 가교 역할을 하는 만큼 보통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 가장 오래된 인물이 맡는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사외이사로 이제 막 한해를 채운 인물에게 선임 사외이사직을 맡겨 보다 긴 안목에서 회사 내외부를 평가하도록 했다. 하 사외이사는 2021년 SK하이닉스의 첫 사외이사 의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음영 표시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계열사(출처=각사 공시)

◇사외이사 의장으로 채운 SK그룹, 추가 도입 동력은 떨어져

SK하이닉스 이후 SKC도 선임 사외이사(박영석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현 이사회 의장)를 도입하긴 했으나 그룹 전반으로 선임 사외이사제가 퍼지진 않았다. 거버넌스 스토리 수립이 SK그룹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긴 했으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계열사 자율에 맡긴 측면도 있다.

아울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엔 선임 사외이사제 도입 필요성이 올라가지만 SK그룹 상장 계열사의 70%는 이미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갖췄다. 현재 SK그룹의 상장사 20곳(부동산투자회사 제외) 중 SK오션플랜트(2022년 편입), 인크로스·ISC·드림어스컴퍼니·에스엠코어(코스닥 상장사) 등 몇몇 곳을 제외하면 모두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2022년 SK에코플랜트를 최대주주로 맞으며 그룹에 새롭게 편입된 곳으로 전문경영인인 이승철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지난해 SKC 계열사로 들어간 ISC는 박원철 SKC 대표가 사내이사로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그룹에 편입된 시기가 늦거나 회사 규모가 작은 경우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디앤디로부터 인적분할해 새롭게 출범한 SK이터닉스의 경우 분할 전과 동일하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SK디앤디와 SK이터닉스의 이사회 의장은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와 이길호 케이카캐피탈 감사가 각각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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