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액화석유가스(LPG) 사업자인 SK가스가 올 들어 활발하게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3000억원에 육박하는 CP를 찍었다. SK가스는 공모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활발하게 조달해 왔고 그간 단기사채나 CP와 같은 단기금융시장을 잘 활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조달 방식에 변화를 줬다. 올해 2분기 들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CP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고 CP 조달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SK가스가 주로 활용했던 유산스(Usance) 차입금 이자율이 상승함에 따라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CP로 이를 일부 대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 4~5월 CP 집중 발행…한도 5000억까지 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가스는 올해 4월과 5월 총 29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SK가스의 단기신용등급은 A1으로 최상위 등급에 해당한다. SK가스의 경우 2021년 3월에 발행했던 CP를 전량 상환한 뒤 3년여만에 CP시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SK가스의 CP발행은 올해 4월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5, 11, 12, 18.24, 25, 26일 등 일곱차례 CP를 찍었고 총 2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달에는 2일과 8일에 각각 200억원, 500억원 등 총 700억원 규모의 CP가 발행됐다. 발행된 CP 대부분은 91일물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3개월물 CP시가평가수익률(나이스피앤아이·한국자산평가·KIS자산평가·에프앤자산평가 등 4사 평균)은 4.26%에서 4월 들어 4.1%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13일 기준 수익률은 4.12%였다. CP조달 금리가 떨어지면서 4월 이후에 집중적으로 발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는 올해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단기차입 한도를 늘렸다. 특히 CP 발행한도를 5000억원까지 열어뒀다. SK가스가 향후에도 추가적으로 CP 조달에 나설 여지가 있는 것이다. SK가스 측은 운영자금 조달방안의 최적화를 위해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조달 수단을 결정하고 있는데 유산스 금리가 높아서 자금최적화를 위해 CP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유산스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지급기한이 정해진 어음이라고 볼 수 있다. LPG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은행이 구매대금을 먼저 내고 이후 만기가 도래하면 SK가스가 상환하는 방식이다.
◇ 커지는 이자비용에 CP 대체 니즈 '확대'
SK가스는 주로 LPG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현재는 LPG 외에도 가스화학사업(PDH), 발전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72.2%)다. 2023년 별도기준 매출은 5조2900억원, 영업이익은 3184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7259억원, 영업이익 7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 64% 감소했다.
SK가스는 신용등급 AA-로 우량등급에 해당하는만큼 주로 공모채 시장을 통해 자본시장을 찾았다. 올해 2월에도 회사채 차환을 위해 공모채 시장을 찾았고 총 1000억원을 조달했다. 현재 회사채 잔액은 1조1900억원이다. 2020년 회사채 발행잔액 8200억원에서 2021년 1조2700억원으로 증가했고 이후 1조1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SK가스는 그간 공모채 외에 사모사채 발행이나 단기사채, CP 발행도 거의 없지만 단기차입금에 속하는 유산스 차입금이 상당하다. 유산스 차입금 이자율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20년만 하더라도 이자율은 0.64~0.96% 수준이었으나 2023년말 이자율은 5.92~6.35%까지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유산스차입금은 2020년말 6317억원(약5억2550만달러), 2021년말 7965억원(약 6억7186만달러), 2022년말 8997억원(약 7억992만달러)까지 커졌다. 2023년에는 7173억원(약 5억5628만달러)으로 감소했고 올해 1분기 6434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추이를 보면 올해 2분기에도 유산스 차입금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에 따라 CP를 통해 기존에 보유 중인 외화차입금 조달의 일부를 원화로 대체하고 있어서다. 2021~2023년까지 CP 발행은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의 행보는 이전과는 다르다. 실제 2022년 576억원이었던 금융비용이 2023년 820억원까지 증가한 만큼 이자비용 절감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