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건설부문의 미회수 공사비 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매출액 5% 이상 주요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만 1조원에 육박한다. 4000억원을 상회하는 미청구공사를 포함하면 여전히 건설업 매출의 25% 가량이 외상값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관련 공사미수금 영향이 크다. 다만 공사비 지급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화가 공사 진행에 앞서 선수금을 수령한 만큼 미수금이 회수되지 않더라도 재무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 비스마야를 제외하면 건설업 매출에서 미회수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하로 개선된다.

◇주요사업장 공사미수금만 9469억, 전체 미청구공사는 4358억

한화 건설부문은 전체 공사미수금 규모를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매출액에서 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현장들에 대한 공사미수금만 확인할 수 있다.

주요 현장에서 발생한 공사미수금 규모만 9469억원으로 나타났다. 1조647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로는 11.06% 줄었지만 여전히 1조원에 육박하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한화 건설부문의 종합건설업 매출이 2022년 3조6957억원에서 2023년 4조9303억원으로 33.41%증가하면서 비중은 개선됐다. 주요현장 공사미수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81%에서 19.21%로 9.6%포인트(p) 하락했다.

주요현장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2473억원이다. 2565억원을 기록한 전년과 비슷한 수치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4%에서 5.02%로 1.92%포인트(p) 개선됐다.

두 항목을 합산한 수치는 1조3212억원에서 1조1942억원으로 9.61%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비중은 35.75%에서 24.22%로 10%포인트(p) 이상 감소했다. 다만 국내 시공사들의 매출에서 전체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의 규모가 평균 2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 대비로는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 건설부문의 지난해 말 계약자산은 435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사업보고서까지 미청구공사로 표기됐던 항목이다. 전체 미청구공사 규모가 주요사업장 수치의 1.76배에 달하고 있다.

주요사업장 공사미수금과 전체 미청구공사를 합한 수치는 1조3827억원이다. 건설부문 매출의 28.04%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시되지 않은 공사미수금을 합산하면 30%를 넘어설 것으로 풀이된다.
◇비스마야 외상값만 4301억, 인스파이어·반얀트리호텔서도 발생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미회수 공사비 규모는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에서 기인했다.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주택과 294개 교육시설을 비롯해 병원, 경찰서, 소방서 등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신도시 조성 프로젝트다. 2012년 총 공사계약금 80억 달러(한화 약 13조2575억원)에 수주했다.

하지만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기성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한화는 2022년 10월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사업지에 설정된 공사미수금 규모는 8027억원에 달했다. 2022년 주요사업장 공사미수금의 75.39%가 이라크 비스마야 현장에서 기인한 셈이다.

하지만 NIC가 지난해 말 공사미수금 중 일부를 지급하면서 현재는 공사가 부분재개된 상태다. 덕분에 비스마야 사업장 관련 공사미수금 규모도 8027억원에서 4301억원으로 46.42% 감소했다.

일부 회수되기는 했지만 비스마야 프로젝트가 공사미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지 않다. 지난해 말 주요사업장 공사미수금 중 45.42%가 비스마야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이 사업장에서의 공사비 회수 여부가 전체 지표 관리의 핵심인 셈이다.

다만 한화는 NIC로부터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해도 현금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공사중지 이전에 선수금을 받아둔 덕분에 공사미수금 상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022년 공사중단 시점도 선수금이 고갈되는 시점에 맞췄기 때문에 공사로 인한 현금유출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미수금이 설정된 후 대손충당금이 설정될 경우 자본이 깍여나가게 된다. 반면 기존에 수령한 선수금을 바탕으로 상계하면 자본 유출을 피할 수 있다.

공사미수금을 지급받을 경우 관련 지표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비스마야 관련 공사비가 모두 회수된다고 가정하면 한화 건설부문의 주요현장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의 합은 9526억원으로 줄어든다. 2023년 종합건설 매출의 19.32% 수준으로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

비스마야 외에는 주택 현장 위주로 공사미수금이 발생했다. 주요 주택사업장과 공사미수금 규모는 △제주 대정 공동주택 992억원 △전주에코시티 주상복합 612억원 △청주 매봉공원 441어구언 등이다. 전주 사업장은 지난해 5월 준공됐으나 아직 공사비가 회수되지 않았다. 제주와 청주 사업장은 2025년 1월과 9월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다.

호텔 건축 현장에서도 공사미수금이 잡혀 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영종도 인스파이어CM은 공사미수금 1275억원과 미청구공사 83억원이 확인됐다. 연말 기준 공정률 90.61%인 속초 반얀트리는 공사미수금 304억원, 미청구공사 222억원이 설정돼 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호텔 현장 등은 최근 공사를 마친 후 준공정산을 진행하고 있고 분양사업은 준공 후 공사비 회수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부분의 경우 큰 차질 없이 공사비가 회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