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건설사 미수금 모니터

삼성물산 건설부문, 공사비 회수 속도낸다

3년 만에 축소, 삼전·해외 공정 진행 덕 2조대 회복…'강릉안인화력' 요주의

신상윤 기자  2024-04-25 15:56:01

편집자주

건설업계에 미수금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분양이나 발주처 미지급 등의 여파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갈등 탓에 미수금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기초체력이 남아있는 대형건설사들에게도 이미 수조원대 미수금이 쌓였다. 돈이 돌지 않으면 건설사의 리스크도 커진다. 더벨이 건설사 미수금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모듈러, 그린수소 등 차세대 분야에서 기술을 확보해 생산성 향상과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모델을 확장해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투입할 자원 규모를 고려하면 원가 관리와 더불어 현금흐름의 관리가 중요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기반을 조성했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 노력과 더불어 재무구조 안정성을 엿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미수금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미수금은 한때 3조원이 넘었던 적도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 2조원대로 줄면서 공사 진행 과정에서 대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년 만에 준 미수금, 해외 사업장 회수 '주효'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미수금 규모는 2조5710억원이다. 전년 대비 21.6% 줄어든 규모다. 건설부문 미수금이 전년 대비 준 것은 3년 만이다. 2020년 말 1조5000억원에 그쳤던 미수금은 이듬해 말 2조3000억원을 넘더니 2022년 말 3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대규모 미수금을 인식했던 사업장에서 공사비를 적극 회수했던 효과가 주효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관련 사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미수금을 인식했다. 2021년 말 평택 FAB 2기 신축 공사에서만 3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잡혔고, 2022년 말에는 FAB 3기와 P4 등에서만 1조2000억원이 넘는 미수금을 인식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업장 미수금은 1조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KL118 타워와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등 해외 사업장에서도 공사비를 대거 회수했다. 지난해 말 미수금 규모가 2조원이 넘지만 삼성전자 물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해외 사업장과 달리 진행 과정에 맞춰 미수금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부문 미수금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건설부문 매출액에서 각각 21%, 22.5%를 차지했던 미수금은 지난해 13.3%로 크게 줄었다. 매출액 대비 미수금 비중이 10%대를 차지했던 것은 2020년이 마지막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1조8400억원 규모다. 전년 말 대비 60.3% 증가한 규모다. 2020년 말 2조원을 넘었던 미청구공사는 2022년까진 2년 연속 감소세였으나 3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않은 미수채권인 만큼 부정적일 수 있으나 향후 공정 진행률에 맞춰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규모다. 아울러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2.3% 증가한 19조원을 넘는 만큼 미청구공사 증가도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은 지난해 기준 9.6%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집중, 요주의 '강릉안인화력' 눈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사업장별 공정 관리 등으로 미수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수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장도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현장에 집중돼 있어 큰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업장 가운데 미수금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사업장은 모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다.

프로젝트명 '평택 P4 신축 공사' 미수금은 9434억원으로 가장 많다. 해당 사업장은 2022년 미수금이 4097억원 수준으로 1년 사이 약 2배 증가했다. 다만 2022년 8426억원으로 단일 사업장 중 가장 미수금이 많았던 '평택 FAB 3기 신축 공사'의 경우 지난해 1477억원으로 줄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10월까지인 평택 P4 신축 공사 현장에서의 미수금도 이르면 연내 전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 지난해 추가된 '평택 P3 Ph3' 사업장도 1135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인식하고 있다. 이 사업장은 올해 8월 준공 기한인 만큼 연내 공사비 유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주의 사업장은 납품 기한을 넘긴 '강릉안인화력' 사업장이 꼽힌다. 지난해 6월 기한인 해당 사업장은 현재 상업 운전이 진행 중인 곳으로 사실상 공사는 마친 상황이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발주처와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다. 미수금 규모는 290억원이다. 해당 사업장은 삼성물산이 최근 HJ중공업에 지체상금 등의 소송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을 비롯해 평택 반도체 현장도 공사가 진행되면서 미수금이 감소했다"며 "올해도 진행 중인 현장들의 공정이 속도가 붙으면서 지속적으로 미수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