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최근 3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10조원대였던 매출 외형이 2년 사이 15조원대까지 불어났다. 늘어난 건 매출만이 아니다. 매출채권 내 미수금도 급격히 늘어났다. 호황기에 건축·주택부문 수주를 크게 늘렸지만 분양 경기가 악화되자 미수금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국내 주요 현장들에 누적된 미수금이 상당수 회수 가능하다는 점이다. 입주 시점에 맞춰 회수 수순을 밟는 곳도 존재한다. 현대건설도 단순 리스크 관리에 그치지 않고 수시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관리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택 외 사업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에도 나섰다.
◇건축·주택부문 매출 증가세 견인, 서울 알짜 사업장도 미수금 계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대건설의 미수금은 1조5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9359억원) 대비 62.1% 늘어난 규모다. 세부적으로 공사미수금(1조5022억원)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분양미수금은 151억원으로 미수금 내 차지하는 비중이 미비한 수준이다.
매출 외형이 급격히 늘어난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수금이 회계상 매출채권의 하단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매출액은 15조7788억원으로 전년(11조9785억원)보다 31.7% 급증했다. 덕분에 매출액 대비 미수금 비중도 같은 기간 7.8%에서 9.6%로 1.8%포인트 상승했다.
그간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대건설은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인 윤영준 사장이 취임한 이래 건축·주택부문 위주로 수주잔고를 쌓았다. 실제 윤 사장 취임 직후인 2021년 말 기준 33조6263억원이었던 건축·주택부문 수주잔고는 2년이 지난 지금 38조164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건축·주택부문의 매출비중도 꾸준히 반등했다. 현재 현대건설 건축·주택부문의 별도기준 매출비중은 70%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호황기에는 안정적인 일감이었으나 공사비 인상과 분양경기 악화가 맞물린 지금 같은 시기에는 미수금을 늘리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미청구공사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알짜로 통하던 주요 사업장에까지 미수금이 계상됐다는 점이다. 일례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가 거론된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준공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말 기준 696억원의 미수금을 인식하고 있다.
용산 유엔사부지 개발사업인 '더 파크사이드 서울'에서도 125억원의 미수금을 기록 중이다. 현대건설이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환호공원'도 미수금 규모가 957억원에 달한다. 아직 잔여세대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 미루어 공사비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 리스크 미비, 미수금 대응 차원 수시 조직개편 단행 현대건설은 국내 현장에서 인식된 미수금 대부분이 회수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먼저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현재 준공 후 입주 절차에 들어갔다. 3~4개월가량 소요되는 입주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과 맞물려 잔금이 납입될 예정이다. 완판 사업장인 만큼 리스크가 미비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힐스테이트 환호공원은 분양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시 미수금이 환입되는 구조다. 더 파크사이드 서울도 진행률 기준 초기 단계인 탓에 일부 미수금이 계상됐다. 해외에서는 중동 현장들 위주로 미수금이 인식되기는 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준공 시점에 잔금이 유입되는 구조라 문제가 없다고 내다봤다.
현대건설도 늘어나는 미수금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수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주택사업본부 내 수익성 확보 조직인 도시정비영업실들에 변화를 준 게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건축주택사업기획실 산하 건축주택경영지원팀의 담당 업무를 보강하는 절차도 마쳤다. 탄력적 운영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플랜트사업본부와 글로벌사업부의 관리·지원 업무를 강화할 목적으로 수시 조직개편도 진행한 바 있다. 재경본부도 미수금의 주된 원인인 진행률 관리 차원에서 예산관리팀에 책임준공 현장관리 업무를 부여했다. 재경본부 산하 예산기획팀에게도 수익성 관리 업무와 함께 수주심사 업무를 배속한 게 눈에 띈다.
윤 사장도 달리진 시장 흐름에 발맞춰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주문한 상태다. 그는 연초 신년사를 통해 "시장 흐름에 맞추어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핵심 역량을 재정비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사업 쪽으로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