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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

고금리 야속한 푸본현대생명, 절실한 포트폴리오 전환

만기 짧은 상품구성에 가용자본 급감…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 2023년 1분기 -0.6%

강용규 기자  2024-04-09 16:38:11

편집자주

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IFRS17 회계제도 도입으로 자본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집힌 보험사다. 모든 자산과 보험부채의 가치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측정하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지급여력을 관리하던 보험사가 한순간에 부실한 보험사처럼 보이게 됐다.

푸본현대생명은 경과조치를 통해 지표를 정상화할 시간을 버는 한편으로 모회사 지원 등 외부 자금조달을 통한 자본확충에 매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본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표 악화의 궁극적 원인이 된 퇴직연금 중심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고금리와 맞물린 회계기준 변경에 '직격탄'

푸본헌대생명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신 지급여력비율, K-ICS비율)이 163.8%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19.2%p(포인트) 상승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넘어섰다. 다만 이는 회계 충격 완화장치인 경과조치를 적용한 이후의 값이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킥스비율은 작년 3분기 말 5%에 불과했다.

구 지급여력제도(RBC제도)에서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은 171.2%로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새 회계제도 도입 직후인 2023년 1분기 말에는 킥스비율이 마이너스(-) 0.6%로 급전직하했다. 푸본현대생명은 경과조치를 신청했으나 적용 이후에도 킥스비율은 128.3%에 머물렀다.

기존 회계제도 IFRS4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했으나 새 회계제도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부채 평가가치의 변동이 그대로 재무제표에 반영되게 된다. 2022년부터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의 평가손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종신보험 등 만기가 긴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생보사는 자산 듀레이션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더 길어 자산 감소폭보다 부채 감소폭이 더 크다. 즉 자본총계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다만 이는 저금리 시기에는 정반대의 효과를 낳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을 맞추는 ALM(자산부채종합관리) 정책을 기조화한다.

문제는 푸본현대생명이 부채 듀레이션이 짧은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22년 푸본현대생명의 보험료 수입 4조4089억원 중 94.4%에 해당하는 4조1603억원이 퇴직연금에서 나왔다. 그 결과 회계기준 변경으로 자산 감소폭이 부채 감소폭을 상회하며 자본총계가 감소하는 효과를 받게 됐다.

이 점이 자본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푸본현대생명은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2022년 말 9194억원에서 2023년 1분기 말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1조5201억원으로 늘어났으나 같은 기간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은 1조5740억원에서 -85억원으로 급감했다. 회계기준 변경 시기와 맞물린 고금리가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전 기준.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계속되는 자본확충, 아직은 더딘 포트폴리오 전환

푸본현대생명은 경과조치를 통해 1조2701억원의 자본감소분을 유예했다. 경과조치의 적용 기간은 10년으로 푸본현대생명으로서는 자본을 확충하는 한편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부채 듀레이션을 늘리는 데 힘쓸 시간을 번 셈이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를 4월 800억원, 6월980억원, 9월 300억원씩 발행했으며 8월 유상증자를 통해 모회사인 대만 푸본생명으로부터 3925억원을 수혈받는 등 총 6605억원을 확충했다. 올해도 3월 500억원의 후순위채를 추가로 발행하며 자본확충을 지속하는 중이다.

다만 포트폴리오 전환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의 보험료수입 3조8170억원 중 91.7%에 해당하는 3조5008억원이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의 보험료였다. 전년 대비 비중이 2.7%p 낮아지기는 했으나 업계 평균인 41.8%를 크게 웃돈다.

푸본현대생명은 2021년 10월 보장성보험 확대를 위해 2017년 9월 제휴를 중단했던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 재진입하는 등 회계기준 변경에 나름의 대비는 했다. 다만 이미 경쟁이 심화된 보장성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외부 조달을 통한 자본확충을 지속하는 한편 보장성보험 신계약 확보를 위한 영업을 강화해 포트폴리오도 점진적으로 전환하며 지급여력비율 지표를 개선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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