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대형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금융감독원에 경과조치를 신청한 곳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자본적정성이 저하되는 가운데 새 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한층 더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경과조치 적용 전 2023년 9월말 킥스비율은 생보사 평균 195.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비율은 183.2%로 업계 평균보다 낮았다. 다만 경과조치를 적용한 뒤엔 276.6%로 상승해 표면적으론 적정성 우려를 불식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IFRS17과 킥스제도를 도입했다. 보험사들의 자산과 부채 등에 대한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한층 더 정교한 회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급여력비율(RBC) 지난해부터 킥스비율로 대체됐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교보생명 RBC비율은 2019년 말 338.9%를 기록한 이후 2020년 말까지 꾸준히 330%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1년 1분기부터 비율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1분기 291.2%를 시작으로 거듭 낮아져 2021년 말에는 RBC비율이 266.6%까지 하락했다.
2022년 들어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한층 더 저하됐다. 2022년 1분기 205.1%를 시작으로 그해 3분기 176.0%를 기록하며 100%대로 떨어졌다. 2022년 말에는 180.6%로 소폭 상승하기도 했지만 개선세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교보생명 RBC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증가율을 살펴보면 대체로 요구자본 증가율이 가용자본 증가율을 크게 초월했다. 요구자본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킥스비율 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말 대비 2020년 말 가용자본 증가율은 5.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요구자본 증가율 7.0%를 기록했다. 2021년 말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가용자본은 12.9% 줄었고 반면 요구자본은 8.9% 늘었다. 2022년 말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가용자본은 31.4% 감소한 반면 요구자본은 1.9%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 1분기 킥스 도입 이후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킥스비율은 156.04%로 한층 더 낮아졌다. 시장리스크 감소로 다소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킥스 도입에 따른 해지율 충격 가정 등이 정교해지면서 요구자본이 불어난 영향이다.
또 새 제도에서 요구자본 리스크 산정이 한층 정교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장수·해지·사업비·대재해 등 신규 계정이 추가되고 측정방식도 한층 고도화됐다.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형 보험계약 비중과 부리이율 등이 높아 요구자본이 늘었다.
이처럼 킥스 도입 이후 자본적정성 우려가 커지면서 교보생명은 금감원에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경과조치는 킥스 도입 이후 관련 지표가 크게 하락하는 보험사에 대해 제도 도입을 일부 유예해준 것이다. 10년간 부채인식 등을 나눠 적용해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미봉책이다.
경과조치 적용으로 교보생명의 킥스비율은 2023년 1분기 기준 232.4%로 집계됐다. 경과조치 적용전 대비 약 76.3%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어 2분기 269.4%, 3분기 276.6%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지난해 말 킥스비율은 공시되지 않았다. 교보생명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킥스비율을 공시 기한(2024년 4월말) 내 공시한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말 킥스비율 현황이 향후 교보생명의 자본적정성을 가늠할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할 때 크게 자본적정성이 저하된 측면보다는 금융지주사 전환 등 향후 경영전략에 맞춰 자본적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며 "경과조치 적용 후 업권 내에서도 우수한 수준으로 킥스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