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에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수혜 보험사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IFRS17 도입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돼 회계상 연간 순이익이 100% 이상 증가했다. 하락세였던 지급여력비율 역시 회계 기준 전환으로 가용자본이 기존 대비 2조원가량 급증하며 200%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액보험 중심이던 포트폴리오가 지급여력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다. 통상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 증가에 따라 요구자본이 늘어 자본확충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은 변액보험 등 수수료 기반(Fee-Biz) 분야 비중이 높아 자본확충 부담이 적은 구조다.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부채 증가로부터 한결 자유롭기 때문이다.
◇회계 기준 변경만으로 지급여력비율 179%→191% IFRS17과 킥스가 도입 되기 전 최근 5개년 간 미래에셋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하락세였다. 2018년 246%에 달하던 RBC비율은 2019년 238.85%, 2020년 224.71%, 2021년 204.94%로 떨어지더니 2022년 179.57%로 급감했다. 요구자본의 1조원 안팎으로 평이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가용자본의 변동 폭이 큰게 문제였다.
이유는 2022년 기준 과거 3개 사업연도 간 지표 변동 요인에서 확인된다. 2022년 가용자본은 전년 말 대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및 계약자지분조정 감소 영향으로 3661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요구자본은 공시기준이율 상승에 따른 금리차구간 변경으로 최저금리위험액과 수입보험료가 줄어 483억원 감소했다.
그러던 지급여력비율은 산출 기준이 RBC에서 킥스로 변경되자 상승 전환했다. 2022년 말 기준 RBC 하에서 179.57%를 나타내던 지급여력비율은 킥스로 전환한 뒤 191.5%로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14.7%를 기록하며 23.2%포인트 증가했다. 2022년 동일 해의 지급여력비율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회계상 차이로 설명된다.
RBC 제도에서는 만기보유증권, 부동산 등 일부 자산과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했지만 킥스에서는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로 평가한다. 또 RBC지급여력비율은 99% 신뢰수준 하에서의 위험계수 방식으로 위험을 측정하는 반면 킥스 비율은 99.5%의 신뢰수준 하에서의 충격시나리오 방식 등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위험을 측정한다.
바뀐 제도 하에서 평가된 미래에셋생명의 가용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조861억원을 기록했다. RBC 방식으로 평가된 전년 동기(1조9335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요구자본도 9445억원가량 증가했으나 가용자본이 2조1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며 요구자본 상승분을 상쇄했다.
◇자본확충 부담 적은 Fee-biz 영향…변액 강자 효과 톡톡 미래에셋생명은 금리 민감도가 다른 보험사 대비 낮아 IFRS17 제도 변화 등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미래에셋생명 측은 "IFRS17, 킥스 도입 등 최적화된 경쟁력으로 실질 기업 가치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요구자본 증가 폭이 크지 않았던 것도 사업 특성이 작용했다. 미래에셋생명은 그간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이 주축인 수수료 기반의 Fee-biz를 구축했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부채로 편입된다.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한 적립금 부담도 증가한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에 투자한 수익률을 보험금에 반영하기 때문에 시가평가로 이뤄지는 IFRS17 하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부문에 특화된 영업전략을 실행해 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지난해 6월 말 변액보험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11.3%다. 같은 기간 IFRS17에서 실적배당형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해당분인 특별계정부채는 12조2604억원으로 부채 및 자본 구조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변액보험 특성상 시장 변동성에 따른 실적 가변성이 있어 2021년 일시납 중심으로 변액보험 실적이 증가했지만 2022년에는 주식시장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변액보험 신계약 취급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변액사망, 변액저축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각각 60.4%, 61.5% 감소했다.
다만 이는 외생변수에 의한 일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보영 미래에셋생명 재무회계팀장은 실적 발표에서 "최근 주가 회복세에 따라 투자심리 점진적 회복으로 월납보험료 중심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빠르게 금융시장이 회복되면서 올해 1~2월 변액 연납화보험료는 월평균 대비 3배 수준을 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