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 관행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다. 핵심은 사외이사 권한 강화와 투명성 제고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외이사도 객관적 절차에 의해 선임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뜻이다. 젠더 다양성, 전문성 분포, 추천 절차, 후보군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 현황과 개선 노력을 살펴봤다.
우리금융이 분야별 사외이사 후보 중점 관리 효과를 보고 있다. 여성 후보와 디지털 전문가 후보를 늘리려는 노력 끝에 비중 확대 결실을 맺었다. 여성과 디지털 전문가는 후보풀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금융권에서 사외이사로 영입하기가 가장 어려운 후보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여성, 디지털 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상생금융을 비롯한 사회적 역할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여성 후보군 비율 41%…디지털은 24% 2023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여성 △디지털 △ESG 등 세 분야에서 사외이사 후보군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여성 후보군 비율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으나 세 가지 분야에 걸쳐 후보군을 중점 관리하는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여성 후보 숫자는 2022년 50명에서 2023년 41명으로 9명 줄었으나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후보 숫자가 164명에서 100명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비율은 높아졌다. 30.5%에서 41%가 됐다.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들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후 단계적으로 여성 관리자 비율을 높이는 인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사회 내에서도 젠더 다양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젠더 다양성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금융권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사안이기도 하다.
또 다른 중점 관리 분야인 디지털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디지털 전문가 후보군 비율은 21.3%에서 24%로 상승했다. 후보 4명 중 1명 꼴로 디지털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셈이다.
디지털은 금융권 이사회에서 보강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들은 현직으로 재직하고 있어 사외이사 선임 제안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필요한 때에 디지털 분야 전문가를 충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후보군을 중점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상생금융' 비롯 사회적 역할 확대 감안 우리금융은 ESG 분야에서도 사외이사로 선임할 만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후보군 내 ESG 전문가는 12명이다. 여성 41명, 디지털 전문가 24명과 비교하면 비율이 낮다.
ESG 전문가가 필요한 건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회사에 상생금융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집행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커진 만큼 적절한 집행처를 물색하고 이를 심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감안했다. 우리금융은 금융 당국이 발표한 모범관행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하는 건 이사회로 주요 구성원인 사외이사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