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

우리금융, 지원부서 후보 추천 권한 '힘 뺐다'

①경영진 영향력 차단, 과점주주 중심 운영…외부 추천 비율은 4대 금융 최하위

최필우 기자  2024-04-01 16:11:58

편집자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 관행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다. 핵심은 사외이사 권한 강화와 투명성 제고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외이사도 객관적 절차에 의해 선임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뜻이다. 젠더 다양성, 전문성 분포, 추천 절차, 후보군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 현황과 개선 노력을 살펴봤다.
우리금융이 이사회 지원부서를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대폭 축소했다. 경영진 영향력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지원부서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하면 이사회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신 과점주주 추천 후보군에 힘을 실었다.

외부 자문기관 활용을 강조한 금융 당국의 눈높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4대 금융 중에서는 우리금융의 외부 자문기관 추천 후보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찌감치 외부 자문기관 중심으로 후보군 조성 방식에 변화를 준 경쟁사와 차이가 있다.

◇사외이사 후보군 압축…지원부서 후보 반토막

우리금융 2023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후보군은 1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64명에 비해 64명 줄어든 숫자다. 사외이사 후보군을 풍성하게 하는 게 최근 금융권 추세지만 우리금융은 압축을 택했다.

우리금융은 후보풀을 확충하기 전에 기존 후보군을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주주 △외부 자문기관 △역대 사외이사 △지원부서를 통해 후보를 받고 있다. 이중 지원부서 추천 후보 숫자가 2022년 110명에서 2023년 44명으로 66명 줄었다.


지원부서를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조하는 금융권 흐름에 반하는 경향이 있다. 지원부서는 이사회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지만 내부 구성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경영진의 의중이 감안된 후보 추천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전통적으로 지원부서 중심으로 후보군을 꾸려왔다. 2022년 지원부서 추천 후보가 전체 후보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했다. 후보 3명 중 2명이 지원부서 추천을 받았다.

우리금융은 지원부서를 주요 추천 경로로 활용했지만 주로 주주 추천 후보를 선임하고 있다. 과점주주 체제 영향이다. 우리금융 과점주주는 이사회에 대리인을 두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주주가 추천한 후보는 2022년 6명에서 2023년 9명으로 3명(50%) 늘었다. 추천 후보 숫자는 적지만 이사회 합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이다.

과점주주 체제가 유지되는 한 주주 추천 후보군 중심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 주주 추천을 받은 인물들이다.


◇외부 자문기관 비중 37% 그쳐…'100% KB·79% 신한'과 대비

우리금융은 후보군을 조성할 때 외부 자문기관에 힘을 실어주진 않고 있다. 외부 자문기관 추천 후보는 37명이다. 지원부서 추천 후보가 대폭 줄어 44명이 됐음에도 외부 자문기관 추천 후보가 여전히 더 적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 외부 자문기관을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자문기관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외부 자문기관 중심 사외이사 후보군 조성 관행을 정착시켰다. KB금융은 후보 116명 전원이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았다. 추천 비율 100%다. 신한금융은 130명으로 79%, 하나금융은 105명으로 61%의 외부 자문기관 추천 비율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37%로 4대 금융 내 최하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