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지주사 ㈜LS는 상대적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대부분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LS MnM(옛 LS니꼬동제련)과 LS전선이 대표적이다. 실제 ㈜LS는 두 회사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었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이례적인 2차전지 열풍에 휩싸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LS그룹은 구자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이차전지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한껏 달아오른 기대감이 ㈜LS에 몰렸다.
최근 구 회장이 LS이링크와 LS MnM 사이 1~2개의 계열사를 더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은 벌써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5년 사이 ㈜LS 주가 상승률 100%도 넘어…지주사 중 압도적 LS그룹에서 지주사가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장사는 모두 4개로 가온전선, LS일렉트릭, LS에코에너지, LS네트웍스 등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특히 ㈜LS가 직접 거느리고 있는 상장사는 LS일렉트릭 정도밖에 없다.
특히 LS전선과 LS MnM 등 그룹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이 비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몇 년 사이 호실적을 거듭하면서 ㈜LS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2018년 2700억원이었던 LS MnM 영업이익은 2022년 5100억원으로 급등했다. LS전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배가량 증가했다.
㈜LS 주가는 LS그룹 다른 상장사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월등히 크다. 26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106위로 다른 계열사들을 압도한다. 다른 주요 그룹 지주사 주가와도 다른 방향을 보인다. 최근 5년 사이 주가 상승률이 108%에 이르렀다. 이 기간 주요 그룹 지주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내리막길을 걸었다.
◇보유 지분 재평가, 모회사 주가에 긍정적 영향 미칠 수도 현재 LS그룹에서 기업공개(IPO)가 추진 중이거나 추진될 것으로 여겨지는 회사는 LS MnM, LS이링크 그리고 LS엠트론, LS이브이코리아 등이다.
LS MnM은 ㈜LS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S MnM은 풍부한 자금력과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LS그룹 이차전지 사업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는 LS이링크 역시 ㈜LS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LS와 E1이 절반식 출자해 세운 합작법인이다. LS이링크는 지난해 순이익 23억원을 내며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외 대부분의 충전 사업자들이 아직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성과다. 올해 안에 IPO를 마친다는 계획인데 유입된 자금을 통해 인프라를 확대하고 기술력 역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 역시 저울질하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농업 트렌드 변화로 새롭게 효자로 떠오른 LS엠트론 역시 현재 ㈜LS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이들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LS 한곳으로 몰려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면 IPO 이후엔 아무래도 투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지주사보다는 직접 사업을 하는 자회사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LS그룹 역시 중복 상장에 따른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LS머트리얼즈 IPO 당시 앞으로 2년간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다만 자회사가 상장한다고 모회사 주가에 무조건 나쁜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다. 보유 지분 전부를 구주 매출로 내놓지 않기 때문에 들고있는 나머지 지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실제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IPO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두산로보틱스 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IPO 과정에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자회사의 구체적 사업 계획과 전략이 공개된다는 점도 긍적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복 상장이 무조건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숨어있던 밸류를 끄집어내는 역할도 한다"며 "자회사가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이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경우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가치도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에 입성한 LS머트리얼즈의 경우 모회사가 LS전선이었다. LS전선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중복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은 없었다. 한 번 IPO에 도전했다가 철회한 LS이브이코리아 역시 최대주주가 LS전선인 만큼 LS전선이 비상장사를 유지한다면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