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자본시장 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2022년 취임한 이후 계열사 IPO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LS머트리얼즈를 시작으로 앞으로 잇달아 계열사 IPO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벨이 IPO를 앞두거나 앞으로 추진 가능성이 있는 LS그룹 계열사의 현황을 짚어봤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열사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연내 LS이링크가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LS MnM을 더해 2027년까지 최대 4곳의 상장을 추진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LS그룹은 그간 유독 IPO와 거리가 멀었다. LS그룹이 출범한 2003년 이후 상장한 곳은 단 2곳에 그친다. 그러나 구자은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구 회장은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이른바 배·전·반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는데 모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사업들이다.
구 회장은 앞서 6일 '인터배터리 2024'에서 "LS이링크를 올해까지 상장한다"며 "(LS이링크와) LS MnM 사이에 1∼2개 정도 계열사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출범 이후 IPO 단 2건…2016년은 흥행 실패
LS그룹은 그간 상장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상장사 수는 9개로 국내 주요그룹 가운데 CJ, KT와 함께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직접 상장한 곳은 거의 없다. 상장사 9개 가운데 6개가 1970~1990년대 상장했다. 2000년대 이후 상장한 곳은 LS마린솔루션(2002년), LS에코에너지(2016년), LS머트리얼즈(2023년) 등 단 3개에 그친다.
LS마린솔루션의 경우 기존 KT서브마린으로 지난해 LS그룹 품에 안겼다. LG그룹에서 LS그룹으로 독립한 게 2003년인데 이후 20년 넘게 2개의 회사만 상장한 셈이다.
그룹의 주력인 LS전선과 LS MnM이 아직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린 적이 없다는 데서도 보수적 기조를 엿볼 수 있다. 합작법인이었던 만큼 IPO에 제한이 있었던 LS MnM은 둘째치더라도 그렇지 않은 LS전선 역시 비상장사다.
2008년 기존 LS전선이 분할해 지주사 ㈜LS와 LS전선으로 나뉘었는데 LS전선은 비상장사로 남았다. 현재 ㈜LS의 지분율이 92.26%에 이른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꾸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굳이 IPO에 나서 지분율 희석을 감내할 필요성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LS에코에너지의 IPO 흥행 실패 역시 LS그룹이 적극적으로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던 이유로 지목된다. LS에코에너지는 LS전선의 베트남 현지법인이다. 2016년 당시 베트남 증시가 미성숙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국내 증시 상장을 선택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당초 공모가 1만~1만1500원을 희망했으나 이를 크게 밑도는 8000원으로 결정됐다.
◇배·전·반, '물 들어오는데 저을 노가 없다'
구자은 회장 체제 들어 그룹의 전반적 IPO 기조가 바뀐 이유는 뭘까. 우선 구 회장이 제시한 신성장동력 사업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사업'이라는 점이 꼽힌다.
구 회장은 2022년 초 회장에 취임한 뒤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새 정체성으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8조원을 투자해 자산을 5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공격적 목표도 세웠다. 2022년 자산총계(약 29조원) 대비 20조원이나 많은 수치다.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 외에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등 이른바 '배·전·반'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사업 초반 돈 쓸 곳이 많은 상황에서 IPO만큼 많은 자금을 한번에 조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사실상 거의 없다. LS머트리얼즈는 공모액 877억원 가운데 구주매출대금과 발행비용을 제외한 약 500억원을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R&D)에 쓰기로 했다. LS머트리얼즈가 4년 동안 버는 영업이익에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IPO를 추진 중이거나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LS이링크, LS MnM도 마찬가지다. 갓 출범했거나 이제 막 신사업을 시작한 단계다. 당장 벌어들이는 돈은 많지 않지만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세 등 흐름을 봤을 때 시의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LS이링크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고 있다. 2022년 LS와 E1이 함께 설립했다. E1이 보유한 전국 350여개 충전소를 기반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고 계열사인 LS일렉트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LS MnM은 지난해 하반기 이차전지 소재 공장 투자 결정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이뤄진 LS머트리얼즈의 IPO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이 취임한 뒤 첫 IPO이자 2016년 이후 7년 만의 IPO였는데 결과는 '대성공'에 가까웠다. 당시 그룹 내 고위경영진의 관심이 상당했는데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룹의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LS머트리얼즈는 2021 LS엠트론 UC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출범했다.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ltra Capacitor·UC)'를 생산하고 있다.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가격인 2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보통 상장 이후 급등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락세를 보이는 다른 종목과 달리 지금도 비슷한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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