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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상장후보 점검

트랙터 만드는 LS엠트론이 주목받는 이유

④IPO 주자로 유력…반등 성공한 데 이어 실적 안정화 추세

조은아 기자  2024-03-19 10:46:20

편집자주

LS그룹의 자본시장 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2022년 취임한 이후 계열사 IPO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LS머트리얼즈를 시작으로 앞으로 잇달아 계열사 IPO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벨이 IPO를 앞두거나 앞으로 추진 가능성이 있는 LS그룹 계열사의 현황을 짚어봤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LS이링크와 LS MnM 사이 1~2개의 계열사를 상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느 곳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LS엠트론을 1순위로 꼽고 있다. LS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오랜 부진을 딛고 최근 몇 년 사이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주사 ㈜LS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LS엠트론은 구자은 회장이 LS그룹 회장에 오르기 전까지 직접 이끌던 회사다. 여러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고 이차전지 소재를 스스로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알짜 회사로 자리잡았다. 강점은 명확하다. 우월한 시장 지위에서 나오는 꾸준한 현금창출력이다.

◇적자사업 모여 탄생…구자은 회장의 '애착 회사'

LS엠트론은 2008년 7월 LS전선의 기계(부품 포함)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기계사업부문과 부품사업부문으로 나뉘어있는데 기계사업부문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기계사업부문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와 사출성형기를, 부품사업부문에서 커넥터를 각각 생산한다.

구자은 회장과 인연이 상당히 깊은 회사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부터 LS그룹 회장에 취임하기 직전인 2021년까지 LS엠트론을 직접 이끌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후 지금까지도 사내이사를 지내고 있다. 현재 지주사 ㈜LS를 제외하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유일한 회사다. 구 회장은 과거 LS엠트론의 사업구조 재편도 진두지휘했다. 그룹에서 그만큼 LS엠트론을 잘 아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LS엠트론은 경영 난도가 높은 곳으로도 통한다. 태생부터 그랬다. LS전선이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주력이던 기계사업과 부품사업을 떼어내 만든 탓이다. 적자사업을 모아 만든 만큼 초창기 내부 불만도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뒤엔 업황이 악화됐고 신사업에서도 쓴맛을 보면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특히 구 회장이 이끌던 시기 LS엠트론은 부침을 많이 겪었다. 처음 경영을 맡은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나 2017년부터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됐고 이듬해 결국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유는 기존 사업 매각에서 찾을 수 있다. 동박 등 일부 사업을 정리하면서 기계사업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악화되며 주력 제품인 트랙터와 사출성형기 판매가 크게 줄었다. 흑자로 전환한 건 적자를 낸 지 3년 만인 2021년이다. 당시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미국과 유럽에서 취미로 농사를 짓는 이른바 '하비 파머(Hobby Farmer)'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한 게 득이 됐다. 농기계 내수 시장은 성장 폭을 확대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LS엠트론은 2009년 미국법인, 2010년 중국법인, 2013년 브라질법인을 세웠다. 현재 세계 25개국에 구축된 32개 영업 및 서비스망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0%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안정적 성장세는 강점이지만…

LS엠트론의 강점과 약점은 명확하다. 우선 국내에서 입지가 확고하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LS엠트론과 대동, TYM 등 3사가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다. LS엠트론이 3위지만 세 곳 모두 3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해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오랜 업력과 넓은 유통망 역시 강점으로 지목된다. 트랙터는 1977년, 사출성형기는 1969년 각각 생산하기 시작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주춤하긴하지만 기계화 추세에 힘입어 글로벌 농기계 시장의 성장성도 여전히 높게 점쳐진다. 국내에선 농업이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LS엠트론 실적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엔데믹으로 접어든 지난해 역시 북미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법인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농기계 특성상 한 번 해당 회사의 제품을 쓰면 계속 쓰게 되는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금창출력이 좋아지면서 재무 건전성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150%대까지 높아졌으나 2022년 말 135.14%까지 개선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133.6%로 꾸준히 낮아지는 중이다. 차입금의존도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32.6%다. 역시 연초보다 1.4%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말을 현실화할 만한 '꿈'이 없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안정적이지만 미래의 높은 성장세가 크게 담보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미 하비 파머 트렌드 확산이 주춤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농기계 시장이 팬데믹 기간만큼의 성장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 트랙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LS엠트론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8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 감소했다. 결국 관건은 IPO 추진 시기와 함께 어떤 청사진을 보여줄 것이냐로 보인다. 함께 농기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동과 TYM의 경우 주가 흐름이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동은 지난해 9월, TYM은 지난해 5월 5년사이 최고가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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