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코오롱글로벌 수입차 사업의 분할로 첫발을 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로 평가받았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에 입사한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곳으로 이 회사가 낙점됐기 때문이다.
1987년 BMW 수입·판매를 시작으로 수입차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그룹은 계열사 지분 재편으로 사업 역량을 한곳에 모으는 데 주력했다. 사업을 담당한 회사들의 명칭(최대주주 기준)도 HBC코오롱, 코오롱글로벌 등으로 여러차례 바뀌었다. 다만 수입차 사업이 각 회사의 사업부문 중 하나로 자리하다 보니 이사회 내 차량 사업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출범은 사업과 지배구조 차원에서 모두 전문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지주사로 이동한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 자리만 유지한다. 사업 의사결정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이번에 추가로 모빌리티 사업 전문가 1인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했던 수입차 지분구조 개편 마무리 1985년 BMW 자동차 수입판매권을 획득한 코오롱그룹은 코오롱모터스(지분율 코오롱 50.1%, 코오롱상사 49.9%)를 중심으로 수입차 사업을 전개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던 상황에서 당시 지주사 역할을 하던 코오롱씨아이가 2002년 HBC코오롱(구 코오롱모터스)을 합병해 사명을 HBC코오롱으로 바꿔 사업지주회사로 재출범했다.
HBC코오롱은 3년 만에 다시 자동차 자재 사업을 하던 코오롱글로텍에 흡수합병되며 해산했다. 당시 합병 목적은 대형화를 통한 관련 사업 시너지 확대로, HBC코오롱뿐 아니라 코오롱스포렉스, 코오롱개발, 코오롱TTA 등 레저 계열사도 함께 코오롱글로텍에 흡수됐다.
그리고 2011년 말 다시 한번 코오롱글로텍 내 수입차 사업부문은 당시 재무구조가 불안정했던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에 넘어갔다. 코오롱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가 동원되던 시기로, 그해 시스템제조사 코오롱아이넷도 코오롱건설에 합병됐다. 수입차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분구조 개편 작업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2015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체 네오뷰코오롱(코오롱 지분율 98.9%)이 적자 디스플레이 사업을 정리하면서 전혀 다른 사업인 아우디 수입차 신사업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사명을 코오롱아우토로 바꿔 아우디 딜러 사업을 시작했고 뒤이어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2019년), 코오롱글로벌(2020년) 등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며 마침내 그룹 수입차 사업이 한곳에 모였다.
다만 그동안 수입차 사업이 모회사의 부진한 사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차량 사업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서 활동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합병 후 존속법인인 HBC코오롱과 코오롱글로텍의 경우 각각 유통·무역과 소재·섬유 전문가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출범 전 속했던 코오롱글로벌 역시 2013년 수입차 사업을 품은 뒤에도 건축본부장이나 상사본부장 등을 대표이사·오너가와 호흡할 사내이사로 중용했다. 등기임원이 총 9명으로 꾸려졌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사내이사 4인의 몫은 대표이사와 건설부문장, 전략기획본부장, 상사사업본부장 등에게 돌아갔다. 이사회 인원이 7명으로 줄어든 2020년부터는 사내이사(상사사업본부장)와 사외이사가 각각 한명씩 빠졌다.
◇전문성 확보 나선 모빌리티그룹 지난해 코오롱글로벌에서 인적분할하며 독립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초창기 이사회의 전체적인 틀은 코오롱글로벌을 따라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자산규모(2022년 7월 분할 공시 기준 6190억원)가 크지 않다 보니 이사회 내 위원회(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구성이나 사외이사 수(이사회 절반 차지) 등 상법상 요건에선 아직 자유롭다.
다만 이사회 구성에서 전략재무본부장(김도영 상무)을 사내이사 일원으로 참여시키거나 사외이사 1인(김학훈 법무법인 와이케이 대표변호사)의 몫에 법무·기업전략 전문가를 채워 넣은 점은 코오롱글로벌과 동일하다. 지난해까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이사회에는 이들을 포함해 각자대표 2인(이규호 부회장·전철원 사장) 등 총 4명이 참여했다.
이 부회장과 전 사장이 각자대표로 사업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김 상무와 김 사외이사가 이사회 내에서 재무와 법무 측면을 지원하는 구조다. 전 사장은 1991년 입사 후 BMW 브랜드를 맡아 오랜 기간 수입차 사업을 이끌며 코오롱글로벌 BMW본부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올해의 경우 이 부회장이 지주사 ㈜코오롱 전략부문 각자대표로 이동하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전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대표이사 자격으로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맡던 이사회 의장 자리도 전 사장이 일임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내이사직만 유지한다.
이와 함께 이사회 구성원에도 변화가 생긴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기타비상무이사(안상현 ㈜코오롱 전략기획실장)와 사외이사(김경우 오토링커스 대표)가 각각 1인씩 추가될 예정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출범하기까지 수입차 사업을 맡아온 회사들 가운데 사외이사진에 차량 렌탈사업 전문가가 들어가는 첫 사례다.
김 사외이사 후보자는 해당 산업에만 30년 이상 근무하며 대한통운, 금호렌터카, KT렌탈 등을 거쳐 롯데렌탈 오토렌탈본부장(전무)을 역임한 인물이다.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분야로 사업 확대를 모색 중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해 9월 최현석 전 케이카 대표를 신사업추진본부장(전무)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사내 미등기임원뿐 아니라 이사회 차원에서도 신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