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23일 이차전지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과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차전지 시장 진입을 예고한 날이 기점입니다. 당시 코오롱인더 주식의 종가는 전날보다 23% 오른 5만4300원을 기록해 2023년 거래일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급등한 코오롱인더 주가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8일 4만4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5개월 만에 고점 대비 18% 떨어진 것이죠.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해 기존 컨센서스(418억원)를 밑도는 등 '어닝 쇼크'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업황 부진에 주가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첫 거래일 1월5일 종가인 4만5050원을 3개월 동안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한 채 21일 장중 3만76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28일(3만6750원)과 이달 8일(3만6300원)에는 52주 최저가를 잇따라 갈아치웠습니다.
코오롱인더 주가가 3만7000원 이하로 떨어진 건 2020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2021년 9월 24일 주가가 역대 최고점인 11만1500원(종가 기준)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그때와 현재의 온도 차가 느껴집니다.
◇Industry & Event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조612억원, 영엉이익 157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7%, 35.1% 감소한 수치입니다. 코오롱인더의 영업이익이 16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인적 분할 이후 처음입니다.
코오롱인더의 주력사업은 산업자재와 화학소재, 패션군으로 나눠집니다. 타이어코드와 아라미드 등을 주력하는 산업자재 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2976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습니다. 의류와 잡화 등 패션 부문은 1조2739억원, 화학소재 부문은 8918억원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3개의 사업부 매출은 전체 비중의 88.1%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는 필름사업을 포함한 기타 부문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는 전방산업 침체로 산업자재와 화학소재 등 주력사업의 적자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탓입니다. 특히 지난해는 전방 산업 부진에 매출이 늘어나던 2022년과 달리 매출 감소까지 나타났습니다.
주가 하락세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1월31일 이후에도 꾸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7일 코오롱인더가 필름·전자재료 사업부를 매각하는 대신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손잡고 합작법인(JV) 설립을 결정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손실이 계속 발생하는 필름·전자재료 사업부를 매각하지 못한 데 따른 실망 매물이 대거 나오면서 주가가 3만9000원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코오롱인더의 필름·전자재료 사업부는 2022년 2분기부터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862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해 전체 영업손익의 54%를 차지했습니다. 지속된 영업손실은 코오롱인더가 필름·전자재료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습니다.
실제 코오롱인더는 지난해 말부터 필름·전자재료 사업부 지분 전체를 매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장현구 흥국생명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업황 부진에 코오롱인더의 필름·전자재료 사업부 지분 전체를 매입하겠다는 곳이 없었다"며 "차선책으로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매각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코오롱인더는 필름·전자재료 사업부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손실 리스크를 줄이는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필름·전자재료 사업부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50% 이상 매각할 시 지분법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손실액이 지분법손익으로 포함돼 영업이익에 반영이 안됩니다.
재무제표 내 당기순이익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개념입니다. 아울러 손실액도 지분 비율에 맞게 한앤컴퍼니와 나눠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 애널리스트는 "영업손실 규모가 큰 필름·전자재료 사업부를 매각하지 못한 부분은 시장에서 아쉽게 보고 있다"며 "다만 코오롱인더는 필름·전자재료 사업부 지분의 60% 이상을 매각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재무제표 내 영업이익은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코오롱인더가 올해 산업자재 부문의 핵심 제품인 아라미드의 수익성이 여전히 높아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습니다. 특히 OE/RE 타이어 수요 개선으로 타이어코드 실적이 개선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다만 필름 사업은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습니다.
필름 합작법인 설립 결정 후 코오롱인더의 적정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3곳입니다. 이중 1곳은 목표치를 내렸습니다. 6만2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하향한 대신증권은 "타이어코드 수요 회복 및 아라미드 증설로 올해 산업자재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12.7% 상향이 유효하나, 화학 및 필름사업부문 이익 추정치를 하향하며 목표 주가도 낮춰 잡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IBK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도 기존 5만6000원을 유지했습니다. IBK투자증권의 이동욱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의 상각전영업이익에 비해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입니다. 아울러 아라미드의 생산량이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해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올해 코오롱인더의 재무와 주가를 이끌어 갈 임원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윤광복 부사장입니다. 그는 1989년 코오롱상사 회계팀으로 입사한 이후 2009년까지 그룹의 곳간을 관리하는 재무팀에 몸을 담갔습니다. 2010년부터는 경영관리실 담당 임원으로 부서를 총괄하다가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더벨은 코오롱인더의 주가 하락 원인과 부양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윤광복 CFO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IR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관계자는 "올해는 고금리 장기화 및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업황이 어려웠다"며 "악화되는 대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장 예측 대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주가 역시 약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주가 부양 계획에 대한 내용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IR 관계자는 "올 1분기부터 아라미드 증설 효과가 점진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며 타이어코드 수요도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 대비 더 나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필름사업 부문도 JV를 설립해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성향 20~40% 가이드라인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추가로 실적 개선 모멘텀이 주가 상승과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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