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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

보람은행 계열 PB의 자존심 김영훈 부행장

⑦첫 '정통 PB' 출신 자산관리그룹장 등극…소매금융 외연 확장·PB 육성 과제

최필우 기자  2024-03-12 14:38:54

편집자주

하나은행은 이승열 행장 취임 2년차인 2024년 리딩뱅크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올해도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면 3년 연속 정상을 지킨다. 이 행장은 영업 고삐를 당기기에 앞서 집안 단속부터 마쳤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통합 상징성을 갖는 행장답게 출신 은행, 역량, 이력을 두루 고려해 경영진을 꾸렸다. 이들은 기업금융, 자산관리, 재무 등의 분야에서 경쟁사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승열호 하나은행 키맨들의 면면과 올해 주어진 역할을 살펴본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분야에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자회자였던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고액자산가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고 후발 시중은행으로 차별화를 위해 일찌감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강화했다. 마찬가지로 단자회사에서 시작해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한 보람은행과 합병하면서 풍부한 PB 인재풀을 확보하게 된다.

김영훈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장 부행장(사진)은 보람은행으로 입행했고 하나은행의 PB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다. 하나은행 자산관리 발전사를 온전히 경험한 산증인인 셈이다. 정통 PB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자산관리그룹장이 된 그는 소매금융 영역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PB를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프라이빗뱅커로 엘리트 코스

김 부행장은 경북 문창고등학교,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보람은행에 입행했다. 역상동지점을 거쳐 강서지점에서 행원으로 근무하던 중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보람은행이 하나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입행 4년차에 소속이 바뀌어 하나맨으로 경력을 다시 쌓아 가야하는 상황이 됐다.


보람은행 출신인 김 부행장이 PB로 성장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당시 보람은행은 소매금융이나 기업금융보다는 프라이빗뱅킹을 주력으로 삼았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부족했던 탓에 소수 고객과의 거래로 수익을 낼 수 있는 PB 서비스를 성장 돌파구라 여겼기 때문이다.

행원이었던 김 부행장에게도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더 익숙했다. 김 부행장은 하나은행 소속이 된 뒤에도 일원동지점, 구미동지점, 풍덕천지점 등을 거치는 등 주로 영업점에서 근무했다.

2002년 목동지점으로 이동하면서는 PB로 불리기 시작했다. 아직 개념이 모호했던 PB 서비스의 정의를 명확히하고 관련 인력 양성과 브랜드 정립에 힘을 싣던 시기다.

목동지점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2008년 압구정지점 PB로 이동했다. 요즘은 고액자산가 다수가 분포한 주요 지역마다 거점 점포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압구정지점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졌던 곳이다. 김 부행장은 압구정지점에서 관리자로 승진하면서 본사 조직에서도 인정받는 PB가 됐다.

그는 2014년 하나은행 본사에 위치한 영업1부PB센터 PB에 부임했고 2016년에는 홍콩지점 PB로 이동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하나은행의 대표 PB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부행장으로 '전 행원의 PB화' 추진해야

김 부행장이 본점에서 중책을 맡기 시작한 건 2020년 6월 PB사업지원부 셀장이 되면서다. 당시 하나은행은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 여파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고객과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내세워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2001년 1월엔 소비자리스크관리섹션 유닛리더를 맡아 금융상품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에 기여했다.

김 부행장은 2023년 정통 PB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자산관리그룹장 자리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2020년 WM사업단을 자산관리그룹으로 격상했다. 이후 다수의 부행장급 인사들이 자산관리그룹을 담당했지만 오랜 기간 PB로 커리어를 쌓은 그룹장은 김 부행장이 최초다.

올해 그의 부행장 승진은 보람은행 출신 임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의 인사로도 해석된다. 입행 은행에 관계 없이 탁월한 역량과 이력을 갖추면 그룹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김 부행장은 이제 관리자로 자산관리 전략을 총괄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고액자산가 뿐만 아니라 소매금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은행장 시절부터 줄곧 강조한 '전 행원의 PB화'를 위해 자산관리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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